금의환향한 '투란도트'..韓 창작뮤지컬 탈아시아 수출 가능성 보여줬다

박정선 2022. 7. 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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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이카 배우들이 그 나라 말로 노래하고, 한국어와 영어 자막을 붙여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려진 ‘투란도트’. 이 작품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대구시와 딤프가 2011년 초연 이후 유럽 6개국에 수출한 창작 뮤지컬로, 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된 이후 금의환향한 셈이다.


ⓒDIMF

지금껏 국내 창작뮤지컬이 유럽에 진출한 적이 전무해 이 뮤지컬은 국내 1호 유럽 라이선스 수출 작품으로 기록됐다. 딤프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여파로 현재까진 슬로바키아에서만 공연이 됐고, 추후 체코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에서 라이선스 공연될 예정이다.


국내 뮤지컬계는 창작뮤지컬에 비해 라이선스 작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5월 발표한 ‘월간 공연전산망’에 따르면 기존 국내 전체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뮤지컬의 매출액 점유율이 20%대 중반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7년부터 30%대 중반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치다.


소비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안전한 소비, 즉 브랜딩이 유명한 것에 가치소비를 하는 현상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평소 공연에 관심이 적은 일반 관객들을 공연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려면 영향력과 구매력이 높은, 이미 입증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수익을 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도 안전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처럼 라이선스 뮤지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한국 뮤지컬계를 두고 일각에선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외국이 챙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엔 해외에 창작 뮤지컬의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 창작뮤지컬이 처음 해외에 진출한 건 2006년 K-드라마 ‘겨울연가’를 무대로 옮긴 동명의 뮤지컬이다. 당시 도쿄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수많은 한류 팬이 2000석의 극장을 가득 메웠다.


이후 ‘빨래’ ‘쓰릴미’ 등 중소형 뮤지컬이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조승우가 출연한 ‘지킬 앤 하이드’, 김준수가 출연한 ‘모차르트’가 투어를 시작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뮤지컬 한류’의 붐이 일기도 했다. 덕분에 아시아에서만큼은 한국이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뮤지컬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만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마타하리’ ‘차미’ ‘스모크’ ‘잭 더 리퍼’ ‘호프’ 등 수많은 작품들이 일본에서 라이선스 형태로 공연됐다.


다만 한국 창작 뮤지컬의 수출은 주로 아시아권에 한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이번 ‘투란도트’의 성공적 귀환은, 한국 뮤지컬의 탈 아시아권 수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 뮤지컬은 라이선스 공연할 때마다 로열티를 한국 창작진이 받고 있다. 딤프 관계자는 “기존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유명 라이선스 작품들과 동일한 퍼센테이지로 ‘투란도트’의 로열티를 한국 창작진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뮤지컬 업계가 해외 라이선스를 수입했듯이 역으로 우리의 창작 뮤지컬을 라이선스 비용을 받고 수출해 해외로 진출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실제로 공연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작품을 수입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작 뮤지컬에서 킬러 콘텐츠가 나와야 선순환적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


그간 뮤지컬 업계에서는 한국 뮤지컬이 아시아를 넘어 뮤지컬 본토인 브로드웨이, 웨스트엔트까지 가기 위해서는 ‘잘 만든 콘텐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이미 한국 뮤지컬 제작 능력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까지 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완성도 높은 대본과 음악을 통해 작품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아시아권은 물론 뮤지컬 본토까지 진출하는 것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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