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 원서동과 계동길, 눈이 배부른 골목

2022. 7. 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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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과 현대 사옥 사이에 길이 있다. 이 길이 원서동, 북촌, 계동의 시작점이다. 원서동은 위치가 창덕궁 담을 따라 긴 모양이다. 창덕궁의 후원 서쪽이란 뜻인 원서동은 창덕궁 담을 따라 위치해 있다.

갤러리서이, 원서공원

원서동은 현대건설이 1987년 사옥을 건립하면서 조성한 원서공원에서 시작한다. 공원 앞에는 돌로 된 기념비가 있는데 ‘시민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 경관을 위하여’라고 쓰여있다. 조금 걸으면 갈래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원서동길이고 왼편으로 가면 북촌로이다. 그 갈림길에 기와를 얹고 입구에는 해태 두 마리가 입구를 지키는 용수산이 외형부터 한식당임을 알린다.

왼쪽 길을 따라 걸으면 오른편에 저택이 나온다. LG상남도서관이라는 패가 붙어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이 설립한 도서관으로 본래 주택이었다. 이를 구자경 전 회장이 재단에 기증해 도서관을 열었다. 이어 람 아트 바자, 우현공방이 멋진 간판을 자랑한다. 안을 기웃거리게 만드는 호기심 유발 숍들이다. 유스 커피, 금휘 그림작업실 등이 1,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밥집, ‘利밥’이 나온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요. 참기름, 들기름은 친정어머니의 40년 넘은 단골집에서 공수합니다’라는 간판이 정겨운 맛집이다. 쿠키숍, 한글 주얼리숍 테시, 타이거 커피, 카페 몽테뉴, 더블 컵 커피, 이름이 재미있는 진작 카키, ‘수백만 명이 다녀가셨습니다’라고 대놓고 자랑하는 화동옥 등이 촘촘히 붙어 있다.

약간의 언덕길을 오르면 왼편에 이 동네에서 제일 핫한 숍이 나온다. 베이글 전문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다. 오전 8시에 문을 여는데 보통 7시부터 긴 줄을 자랑한다. 베이글은 뉴욕의 음식이다. 유래는 17세기 폴란드의 유대인 제빵사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고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뉴욕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빵이다. 이 집은 런던이란 상호를 붙였는데 내부가 정말로 런던 감성이다. 인기 많은 베이글은 늘 품절이라 나오는 시간에 대기해야 간신히 구입할 수 있다. 또한 블루베리, 다크 초콜릿, 시나몬, 브릭 레인이 유명하고 크림치즈의 종류도 다양하다.

길 중간 파리바게트 옆에 골목이 이어지는데, 그곳이 계동길이다. 계동은 조선 태종이 궁핍한 백성들을 위해서 만든 제생원에서 유래되어 제생동으로 불렀었다. 이후 계생동이 되었는데, 계생동이 기생동과 어감이 비슷하다 해 계동으로 불렀다. 베어커리숍 아티장크로아상, 카페 핑크 래빗, 전신사조 사진관, 북촌스페이스 전시장 등이 중앙고등학교 정문과 이어진다. 그 중간에 석정보름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15일 동안은 맑고, 15일 동안은 흐려진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외국인 주문모 신부가 1801년 새남터에서 순교하기 전까지 첫 미사를 봉헌할 때 이 우물물로 세례를 준 것으로 전해진다. 천주교 박해 당시 많은 순교자들이 발생하자 갑자기 물맛이 써져서 한동안 사용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길목에 배렴가옥도 있다. 화가 배렴이 1959년부터 생애 말년까지 살았던 집이다. 배렴은 전통 수묵산수화의 맥을 이었다. 배렴가옥은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바깥채가 마주보는 한옥이며 1936년에 지었다고 추정된다. 이렇듯 계동은 카페, 음식점, 레스토랑, 베이커리, 갤러리, 공방 등이 혼재하고 사람을 이어주는 정겨운 골목이다. 굳이 먹고, 마시지 않아도 눈이 배부른 길이다.

[글과 사진 장진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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