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또 고무줄 잣대, 노사 모두 불만인 최저임금 결정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는 지난달 29일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으로 시급 9620원을 심의 의결했다. 올해(9160원)보다 5%(460원) 인상됐다. 노사가 모두 불만이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경영계는 “한계 상황으로 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에 온도 차가 있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를 주장한다.
한데 올해는 인상액에 대해서만 불만을 표출하는 게 아니다. 더 큰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건 따로 있다. 결정 기준이다. 류기정(최저임금위 사용자 위원)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문재인 정부 때 결정 기준이 공익위원에 의해 오락가락했다”며 “타당한 산출식이면 받아들이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임의적이고 즉흥적인 항목이 산출식에 삽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산출식을 마음대로 주무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중위임금을 팽개치고 느닷없이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것도 8시간 풀타임 정규직의 평균임금을 채택했다. 상위 15% 안팎에 해당하는 고임금을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대임금을 노린 꼴이다. 여기에 협상에 참여한 노동계에 고마운 마음을 담은 ‘노동계 배려분’이란 희한한 기준까지 만들어 산입했다. 그렇게 10.9%를 올렸다.
지난해엔 경제성장률이 4%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동원해 최저임금(올해 적용)을 5.1% 올렸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짊어져야 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잘못된 예측으로 5.1% 인상한 것이 경제성장률 전망은 틀렸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물가상승분을 선(先)반영한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도 공익위원은 올해 물가상승분이란 기준을 새로 들고나와 반영했다. 물가상승분을 이중 반영하는 오류를 낳은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결정 기준으로 내세웠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또 들이밀었다.
이동호(근로자 위원)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공익위원이 낸 산출식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데 대해 “2년 연속 이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고무줄 기준은 최저임금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국가 기관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예측 가능성이 없으면 현장 수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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