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해체되기 위한 쇼

2022. 6. 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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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파이프를 세우고 파이프를 눕힌다 서로에게 기울지 않아도 될 만큼 다져진 바닥 끝을 끝에 조심히 내밀면 끝까지 끝을 내민다 체결하듯 서로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결속 둔중한 파이프, 그 파이프를 조이면 여전히 세워지고 여전히 일어서고 여전히 놓인다 우리는, 단면을 갖추자 단면을 갖추자 단면을, 단면을 외치자 다면체를 둘러쌓는 시간은 배경만큼 광활해진다 무대 안으로 집중되는 재료들이 있고 결합되기 위한 시간을 갖자 골격을 갖추려는 의지 외피를 누르려는 응집 내장재를 구겨 넣는 고집 행동지침을 따르는 배우들이 건설 현장 위에 존재한다 형태를 갖추면 해체되는 무대에서 외줄을 타자 쇠막대 하나를 쥐자 매달린, 붕붕 뜨는 몸짓들이 있다 아슬아슬 한발에 외줄타기 다음 한발을 내딛는 몸부림은 무대를 기웃거리는 단역배우들의 리허설 아시바 쇠파이프는 건설되는 모든 형태보다 먼저 서야 하고 먼저 쓰러져야 하는 해체를 위한 약속, 존재하지 않았던 온전한 형태를 가져본 적 없는 우리는, 모든 다면체를 위한 우리는

-이용훈 시집 ‘근무일지’ 중

건설 현장을 시 한 편에 담아 놓았다. 현장의 모습과 움직임은 물론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위험, 슬픔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시에는 마침표도 없고 행갈이도 없는데 쉼표가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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