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기업 스캔들 '횡령' 버블 붕괴 때 더 많은 까닭

2022. 6. 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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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횡령 등 기업 스캔들, 버블 붕괴 시기 급부상
기업 내부 통제·지배구조 건실한지 따져봐야

최근 일부 금융기관과 기업에서 횡령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심지어 경영진이 관련된 사건도 있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유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횡령은 엄연히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특히 주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경영진이 이런 행위를 한다면 신뢰에 기초한 기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사안이다.

횡령은 배임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손해를 가하는 행위다. 그러나 경제학적 측면에서 횡령은 배임과 차원이 다르다. 배임은 재산상 이익이 상황과 해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반면, 횡령은 명확하게 소유권을 침탈해 시장 경제 근간을 직접 흔드는 중요한 위법 행위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횡령 같은 기업 스캔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쉬운 ‘버블 붕괴’ 환경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전 세계를 휩쓸던 IT 버블이 꺼지면서 기술주 중심으로 상장이 이뤄진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 5000선에서 2002년 10월 1000선까지 80%가량 하락했다. 이 무렵 ‘엔론 스캔들’ 같은 기업 스캔들이 대거 등장한다. 엔론뿐 아니라 버블 붕괴 이전에 기업가치 급등을 경험한 제록스를 비롯해 수많은 회사들이 스캔들에 휘말린다.

당시 미국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통신 회사인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를 분식회계, 매출 과대 계상 등으로 고발해 기업 스캔들은 더욱 확대된다. 버블 붕괴 후폭풍은 바이오, 제약 산업으로도 번지는데, 대표적인 미국 제약 회사였던 머크 역시 매출 과대 계상 스캔들에 휘말린다.

주로 유동성 공급이 증가할 때 자산 시장에 버블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실제 매출은 증가하지 않아도 단위 가격이 올라가 매출이 증가한 것처럼 인식돼 영업수익이 높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여러 자회사, 지분 투자의 미실현 평가 가치가 상승하면서 영업 외 수익이 증가한 것처럼 인식되다 더는 버블을 지탱할 수 없는 시점이 될 때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숨기려는 시도가 스캔들로 이어진다.

최근 횡령 사태도 유사하다. 주식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이 활황이던 버블 시대에는 잘 보이지 않던 기업의 취약점, 그리고 경영진이나 기업 내부 관계자의 자금 유용 문제가 버블 붕괴와 함께 나타난 것이다. 개인이 회사 돈을 빼내 가상자산을 비롯해 가격이 급등하던 자산에 투자했는데,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지자 발각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느 때나 횡령 같은 기업 내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버블 붕괴, 기업 스캔들 시대에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 자산 가치 하락과 스캔들이 부각되는 환경에서 기업 내부 통제와 지배구조가 건실하게 운영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기업이 본업 경쟁력을 갖추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아니면 자산 시장에서의 지분 투자로 평가 가치 상승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 했는지 판단하고 의사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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