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 시대' 개막..이재명과 거리두기인가 아닌가

김준영 2022. 6.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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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경기도정을 이끌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의 행보에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6ㆍ1 지방선거 수도권 광역단체에서 민주당 후보로선 유일하게 승리한 그가 향후 대선 주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특히 정치권에선 전임 지사이자, 대선에서의 동맹군, 지선에서의 후원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복잡 미묘한 관계 설정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30일 경기 수원 경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경기지사직 인수위 종합보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동연 당선인 측 제공


내부 공모 비서실장, 기본소득 빠진 ‘120대 정책’…이재명 거리 두기?


당선인 꼬리표가 붙은 마지막 날인 30일, 경기지사직 인수위는 정구원 여성가족국 보육정책과장을 초대 비서실장으로 발표했다. 내부 공모로 진행한 ‘김동연표 경기도’ 인선의 첫 신호탄이다.
반호영 경기지사직 인수위 공동인수위원장이 30일 경기 수원 경기인재개발원에서 초대 경기지사 비서실장을 발표하는 모습. 김동연 당선인 측 제공

지금까지 경기지사 비서실장은 이재명 지사 당시 후반기 비서실장을 제외하곤 모두 퇴직 공무원이나 외부 인사가 맡았다. 특히 이재명 지사 때 초대 비서실장으로 전형수 전 성남시 행정기획조정실장을 임명하는 등 측근을 다수의 별정직에 앉혀 “낙하산 인사를 멈추라”(2018년 8월)는 경기도 공공기관 노조의 항의도 받았다. “김 당선인이 첫 인사부터 내부 공모를 실시해 이 의원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민주당 관계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정구원 여성가족국 보육정책과장. 김동연 당선인 측 제공


추후 예정된 인사 역시 “논공행상이 아닌 김동연식 인사가 이뤄질 것”(인수위 관계자)이라고 한다. 김 당선인은 이미 이재명 지사 시절 도입된 '평화'부지사 직을 '경제'부지사로 바꿨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김용진 인수위 부위원장이 유력한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인 염태영 공동인수위원장도 거론된다. 누가 되든 이 의원과의 접점은 적다.

도 산하기관 27곳 중 공석인 11곳의 기관장 인선도 관심 대상이다. 앞서 이재명 지사 시절엔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문진영 전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등이 주요 기관장으로 임명됐다. 전국 어느 지방단체든 통상 인수위원이 산하 기관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김 당선인 인수위원 중엔 이재명계 인사가 한 명도 없다.

김 당선인은 이날 인사 발표에 앞서 ‘지사직 인수위 종합보고회’를 열고 3대 비전ㆍ11대 전략ㆍ120대 정책과제도 발표했다. 지난 22일간 인수위가 만든 새 도정 정책을 확정 지은 건데, 이재명표 정책이 대다수 빠진 게 특징이다. 120개의 과제 중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 이 지사 시절 핵심 정책들이 빠지거나 축소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이 의원이 반대해온 경기북도분도는 11대 전략 중 하나로 꼽히며 무게감 있게 다뤄졌다. 지선 때부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김 당선인은 지난 24일 한 토론회에서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임기 내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 취임 후 관련 조직을 만들고 특정 요일을 정해 정기적으로 북부청사에서 근무하겠다고도 했다.


예고된 거리 두기냐, 협력 강화냐…金 측 “이제 도정에만 집중”


이를 두고 김 당선인의 의도적인 거리 두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김용 전 이재명 대선 캠프 총괄부본장 등 핵심 이재명계가 김 당선인의 선거를 도왔음에도 인수위에 참여하지 못한 점이 이런 관측의 근거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재명 대선 캠프 인력과 조직을 그대로 김동연 캠프로 옮겼는데, 인수위 면면을 보면 일부러 이재명계를 배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 실무진 사이에서도 “이재명계가 도와준 역할에 비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맞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반면 “새 도정을 앞둔 일반적인 후임 지사의 모습일 뿐”(수도권 초선 의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인수위원은 정치인을 가급적 배제하고 전문가 위주로 꾸렸다”며 “전문위원과 자문위원엔 이재명계가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이 다른 점에 대해선 “살아온 배경과 전문성이 다른데, 정책이 다른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 측 일각에서도 “이 의원과 김 당선인은 협력 관계인데, 소문이 잘못 퍼져있다”(수도권 다선)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계 의원실 보좌관이 경기도 정무수석(가칭)으로 거론되는 등 “양측은 서로 상생 관계”라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 의원과 김 당선인이 최근 ‘정치개혁’이란 구호를 고리로 서로를 응원한 모습을 두고도 “아직은 경쟁보다는 협력 관계에 가깝다”(경기도청 관계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당선인은 지난 27일 TV 인터뷰에서 당내의 ‘이재명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와 관련, “내부총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고 이 의원도 지난 28일 트위터에 “김 당선인을 지지한다”는 글을 썼다.

양측과 모두 가까운 한 의원은 “이제 막 도정을 시작한 김 당선인이 무리하게 차별화를 시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 측 관계자도 “아무래도 언론 주목도가 높다 보니 여러 오해가 있었던 게 사실인데, 취임 후부턴 도정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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