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없을 파트너 구한다..尹 "韓 반도체" 세일즈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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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에 반도체 투자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ASML 같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의 한국 내 투자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장비 공급을 요청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네덜란드의 ASML은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공급하는 세계 유일의 업체다. 삼성전자는 30일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경쟁사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3nm(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는데, 여기에 꼭 필요한 핵심 설비가 바로 EUV 노광 장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직접 찾았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삼성에 반도체 장비를 꾸준히 공급해달라"고 당부하는 모습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 공장으로 달려가 "미국은 해외 투자의 최고 목적지"라고 외쳤던 것의 데자뷔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서 자국 중심주의가 노골화하고, 미·중이 공급망 재편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도 직접 '투자 구애'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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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ㆍ포괄 안보 최우선"
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나토의 아시아ㆍ태평양(아태) 주요 파트너국(AP4ㆍ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회의를 마친 뒤 "안보 개념이 그동안의 '정치ㆍ군사적 안보'에서 공급망을 포함한 '경제ㆍ포괄적 안보'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핵심은 유럽으로의 공급망과 수출 시장 다변화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최상목 경제수석은 28일(현지시간) "중국 성장이 둔화하고 내수 중심으로 돌아서면서 지난 20년간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대안으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 그간 중국이 정치적 입장 관철을 위해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인한 경제 보복이 대표적이다.
윤 정부 내에는 미·중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한국이 첨예한 경쟁 영역인 반도체 기술 등 공급망 분야에서 미국과 밀착하면서 제2의 사드 보복 같은 일방적 경제 조치에 또 당해선 안 된다는 '학습 효과'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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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ㆍ원전도 적극 수출
윤 대통령이 나토에서 '방산 세일즈 외교'에 방점을 찍은 것 역시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선 안보적 함의가 있다.
최 경제수석은 29일(현지시간) "최근 국제 정세가 급변해 글로벌 방산 수요가 급증했고, 향후 2~3년간 시장 선점 여부가 20~30년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방산 협력 확대를 심도 있게 논의, 한국산 무기의 폴란드 수출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폴란드는 최근 FA-50 전투기, K-2 전차, K-9 자주포 등 한국 무기 체계를 실사했다.
특히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은 단순한 양자 차원을 넘어선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의 동부 최전선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동부 전선 군사력 보강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나토의 집단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유럽 담당) 미 육군 5군단 사령부를 폴란드에 영구적으로 두겠다"고 말했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그간 주로 사용하던 옛 소련제 무기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진한 뒤, 한국 등 새로운 파트너와 방산 협력으로 무기 체계를 개선해 나가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방위사업연구소장)은 "폴란드 입장에서 미국 및 나토와 무기 체계의 상호 운용성이 비교적 높고 품질도 우수한 한국산 무기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해외 원전 사업 수주에도 속도를 낸다. 폴란드, 체코 등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국가를 중심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원전 관련 책자를 폴란드 대통령에게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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