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이준석..'강대강 대치' 고집할까
"당대표-대통령실 가교 역할 사라질 것" 관측도
당내선 '李 자진사퇴' 가능성 낮을 것으로 전망
"갈등 빨리 마무리지어 국정운영 뒷받침 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고립되고 있다. 당내 최다선 정진석 국회부의장과의 설전, 지도부 내의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신경전에 이어 자신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성민 의원마저 전격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서는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자진사퇴보다는 '끝까지 간다'는 심정으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여당 내에서는 지속되는 당내 갈등이 국정 운영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글을 게재한 시점은 전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장외 설전을 벌이고, 당내 익명 인터뷰에 대통령실과의 불화를 조장한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린 뒤다. 이에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선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서는 정진석 부의장과 설전을 벌였고, 혁신위원회를 둘러싸고서는 배현진 최고위원과 마찰을 빚었다. 공교롭게도 정 부의장은 '윤백관(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관계자)'이라 불리며, 배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었던 시절 대변인을 지내 '친윤계(친윤석열계)'로 분류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최근 갈등 상대를 또다른 친윤계인 장제원, 안철수 의원으로 넓혔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 내홍을 겨냥해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하자, 이 대표는 곧바로 "디코이(미끼 또는 유인체)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 다음주 내내 간장(간보는 안철수+장제원)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맞받았다.
전날에는 안철수 의원이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원인에 대해 "2016년 총선 당시 내가 (이 대표에게) 승리를 거뒀는데 그게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꼬집자, 이 대표는 즉각 "안 대표가 2016년에 사시나보다. 평생 즐기시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실과의 불화설은 어떻게든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2일 윤리위 징계 심의가 열리기 전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두 차례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전날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당 간에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익명 인터뷰를 한다"며, 자신과 대통령실 사이에는 갈등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없다"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를 둘러싼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박성민 의원은 이날 오전 대표비서실장을 전격 사임했다. 3개월 만의 사퇴 배경을 박 의원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당내에서는 박 의원의 사퇴로 친윤계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윤계 박 의원이 사퇴하면서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거취가 내달 6일로 예정된 윤석열정부 첫 고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성민 비서실장이 윤리위 심의를 앞둔 현 시점에 사퇴한 사실을 두고 대통령실이 이준석 대표에게 마지막 출구를 제시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주말 동안 이 대표의 거취를 놓고 정무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와 대통령의 귀국과 동시에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자진사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당내 세력도 없고 이제 대통령실과의 관계도 끊어지기 일보직전인 상황"이라면서도 "이같은 상황을 통해 본인이 친윤 세력으로부터 핍박받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싶어해 버티고 있는 만큼 자진사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쨌든 이준석 대표 본인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니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당후사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이 대표는 윤리위에서 징계가 나와도 직접적인 조치가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재심까지 신청해서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집권한 정당이 처음에 이렇게 복잡한 때가 헌정 사상 있었느냐는 얘기가 주위에서 들린다"며 "지금 같은 갈등이 지속되면 민주당과의 협상 상황이나 국정 지지율 등에 좋은 영향이 있을 수가 없으므로 하루 빨리 마무리되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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