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엔 없는데"..檢, 피살공무원 유족에 '靑6시간' 물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서해 피살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 당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어떤 대응을 했는지 '6시간 행적'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문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무원 피격 당일 청와대 '6시간 행적'…檢 수사선상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29일 오후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유족을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하면서 이씨의 실종부터 북한군에 의한 피격 사망이 발생한 2020년 9월 22일 당일 청와대 및 정부의 대응을 중점적으로 따졌다. 유족 측에 지금껏 알려진 청와대·국방부·해양경찰청 등의 실시간 대응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6시간'은 2020년 9월 22일, 우리 정부가 이씨가 북한에 나포된 사실을 확인한 시점부터 피살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6시간 관련 의혹은 당초 유족 측이 청와대·해경 관계자들을 상대로 낸 ‘월북 조작 의혹’ 고발장에는 없던 내용이다. 검찰이 고발장에 없는 부분까지 먼저 나서 집중 조사한 건 수사 방향이 사건 발생 당일의 청와대와 정부의 구조 및 대응 실패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6시간은 고발장에 적힌 내용이 아닌데 검찰이 준비를 많이 해서 놀랐다. 당일 구조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건 물론 이후 북한의 국민 피살 사건을 무마하려고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린 청와대 윗선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정부 당시 발표를 종합해 6시간을 재구성하면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북한 선박이 바다 위 부유물에 탑승해 기진맥진해 표류 중인 이씨를 발견했다. 우리 군은 북한군에 대한 감청을 통해 거의 실시간 이를 파악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첫 발견 이후 3시간 뒤인 6시 36분쯤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의 첩보를 서면 보고로 받았다고 한다. 발견부터 6시간 뒤인 9시 40분엔 북한 단속정이 해상에 있는 이씨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정부는 6시간 동안 남북간 통신선을 통해 북한군에 이씨에 대한 구조 및 송환 요청을 전혀 하지 않았다. 피격 사망 3시간 뒤인 23일 오전 1시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방부·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등을 소집해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오전 8시 30분에 문재인 대통령에 피격 사망 사실을 대면 보고했다. 국방부가 북한을 향해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건 이씨가 피살되고 37시간이 지난 24일 오전 11시였다.
15년 봉인된 당시 靑문건 압수수색 필요성 제기돼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과 청와대의 수습 과정을 확인하려면 대통령기록관에 봉인된 국가안보실 자료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압수수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유족 측이 고발한 ‘월북 조작 의혹’ 관련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 혐의 외에 당일 ‘6시간 행적’과 관련된 직무유기 등 의혹을 조사하려면 강제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관련 문서를 보는 게 맞다"는 말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이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된 것처럼 이번 사건도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서훈 전 안보실장,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등을 넘어 청와대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 전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세월호의 진실은 인양하겠다면서 왜 서해 피격 공무원의 진실은 무려 15년 동안 봉인하려고 했나”라며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유족 측이 검찰에 확인을 요청한 자료는 사건 발생 직후 청와대와 국방부, 해경 등이 주고 받은 공문서와 다음날 새벽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록, 이들 공문서에 '월북'이라는 단정적 표현이 사용됐는지 여부와 경위 등이다.
앞서 유족 측은 대통령기록관실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음"이라며 거부당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따르면, 이들 기록물은 최장 15년간 열람이 제한되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 의결 또는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열람이 가능하다. 유족 측은 "7월 13일까지 국회 의결이 되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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