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된 백로, 공존방향 모색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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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카이스트 백로 번식지를 찾았다.
지난해 벌목으로 둥지를 잃어버리고 인근에 다시 번식을 시작한 백로들이 궁금해서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20년 발행한 한국의 백로 번식지에 따르면, 전국 3만 4373개의 둥지 중 카이스트 내 둥지는 1092개체다.
카이스트에 번식하는 백로는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황로 등 6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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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번식중인 쇠백로 . |
ⓒ 이경호 |
30일, 카이스트 백로 번식지를 찾았다. 지난해 벌목으로 둥지를 잃어버리고 인근에 다시 번식을 시작한 백로들이 궁금해서다.
카이스트 백로 번식지는 국내에 최대 개체군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20년 발행한 한국의 백로 번식지에 따르면, 전국 3만 4373개의 둥지 중 카이스트 내 둥지는 1092개체다.
카이스트에 번식하는 백로는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황로 등 6종이다. 이중에서는 황로가 가장 많이 번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국적으로 많지 않은 중백로는 80둥지가 번식하고 있다. 조사 시기가 2018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조금 달라졌을 수 있다.
백로에 대한 전국 조사는 2회 진행되었다. 2011~2012년에 1차 조사, 2018~2019년 2차 조사가 진행되었다. 148지점에서 176개로 지점수는 늘었지만, 둥지수는 3만 5512에서 3만 4373개로 줄었다. 카이스트 또한 1차에서 1420개체에서 1092개체로 줄었다.
▲ 백로 이동 패턴 |
ⓒ 이경호 |
대전에서는 카이스트 번식지가 2012년 벌목으로 훼손되면서 환경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2013년 궁동으로 번식지를 옮긴 후 주민들의 악취와 소음 민원으로 촉발된 갈등은 3년간 이어졌다.
궁동에서 남선공원으로, 남선공원에서 내동으로, 다시 내동에서 카이스트로 번식지를 이동하면서 지역주민들은 "악취와 소음 분진으로 살수 없다"며 민원을 내었고, 결국 번식이 끝난 후 대규모 벌목으로 이어졌다.
백로번식을 막기 위해 벌목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은 해결되었지만, 4년간 백로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돌이 삶을 이어갔다.
2016년 카이스트에 다시 자리하면서 떠돌이 생활은 끝이 났다. 하지만 카이스트도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2016년부터 전체를 벌목하지는 않고 있지만, 소규모 벌목을 이어가면서 백로들이 작은 녹지 내에서 둥지를 지속적으로 옮기고 있다. 언제 다시 카이스트를 떠날지 모를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벌목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다시 한 번 대전은 백로와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국 최대 번식지인 카이스트 백로들의 위태롭기 그지 없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백로류의 개체수 감소는 대전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파주, 대전, 청주 등에서도 갈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 카이스트에 번식중인 황로 . |
ⓒ 이경호 |
▲ 번식중인 중백로 . |
ⓒ 이경호 |
갯벌 면적 23% 감소(해양수산부 2018년), 논 42% 감소(통계청 2021년) 등 국토 이용의 변화도 백로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과거 백로는 매우 좋은 이미지의 새였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다. 조류는 1억 6천만년지구에 태어났다. 20만 년 전에 태어난 호모사피엔스가 천덕꾸러기 취급 당하고 있는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이 적절하다.
공존의 방향은 모색해봐야 한다. 벌목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번식지 주변 주거지역의 특성과 서식 형태를 확인하고,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형태를 제거해 나가야 한다.
거리만 확보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소리 차단이 가능한 방음벽 설치도 방법일 수 있다. 거리가 필요하다면 간벌의 형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백로 서식지를 관광의 방향으로 전환해보는 것도 좋다. 대전의 경우 최대 번식지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주요 생태관광의 거점으로 만들면 된다.
최근 카이스트 내 인류세연구센터에서 카이스트 백로 공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시도를 통해 백로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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