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수사의뢰..'사퇴냐, 강행이냐' 기로 선 김승희
민주당 "윤 대통령, 지명 철회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예산 104조원..복지부 수장 50일 넘게 공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 사적 유용 의혹을 받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방문 뒤 김 후보자 임명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변수가 생겼다.
대검찰청은 30일 선관위가 수사 의뢰한 김 후보자 정치자금 유용 사건을 전날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28일 김 후보자가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수사 의뢰 관련 질문을 받고 “청문준비단에서 정치자금법 관련해 충분히 설명한 바 있다”며 “이후 상황에 대해선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 발표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임기 내 정치자금을 털어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고 렌터카도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에선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실이 선관위를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2017년 2월 업무용 차량으로 제네시스 G80을 빌리면서 정치자금에서 1857만원을 보증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36개월 뒤 해당 차량을 인수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김 후보자는 렌터카 계약 만료 시점인 2020년 3월 역시 정치자금 352만원을 내고 해당 차량을 도색 한 뒤 같은 해 5월 차를 인수했다.
이밖에 김 후보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차장으로 재직했던 2012년 세종시 소재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2017년 매각해 5년 만에 1억원 이상 차익을 얻는 등 ‘갭 투자’ 의혹도 있다. 별도로 제공된 관사 아파트에 살면서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자금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지난 9일 설명자료를 내 “의원 시절 업무용 차량을 임차하면서 구체적인 차량 임대차 계약을 회계실무진에서 진행하였기 때문에 후보자는 계약서의 세부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의원실 회계담당자가 임대차계약서상 ‘인수 시 보증금이 감가상각으로 0원이 된다’는 문구를 보증금이 소멸된다는 의미로 이해해 실무적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김 후보자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전반기 보건복지위원들은 오늘(30일) 오후 2시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 고집과 욕심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더없는 부담을 주고 있다. 국민 건강과 복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은 즉각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김 후보자에 대한 대검 수사 의뢰라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법과 원칙에 맞는 수사를 바란다”는 공식 논평을 냈다.
김 후보자를 비롯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 등 3인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은 29일까지였다. 30일부터 윤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이 가능했지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에서 돌아온 뒤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호영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임명에 난항을 겪으면서 감염병 위기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복지부 장관석은 50일 넘게 공석인 상태다. 현재 복지부는 조규홍 1차관, 이기일 2차관 등 차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복지부 예산은 101조4100억원대에 이른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장 자리가 비어있다 보니 중요한 정책이나 과제에 대한 결정이 임명 후로 밀리는 등 실무에서도 애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김 장관 후보자는 애초부터 법무법인에서 바이오, 제약, 헬스케어 기업 이해 대변 업무를 맡은 이력이 있어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등 문제가 컸다. 그런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받는다니 역대 가장 심각한 후보자인 것 같다”며 “김 장관 후보자는 버티기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자진사퇴해야 옳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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