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밀당'으로 전투기 얻었다..신형 F-16V 숙원 푼 튀르키예
튀르키예(터키)가 핀란드·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 입장을 철회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신형 F-16V 전투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미 미국과 튀르키예 정부 사이에 전투기 현대화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미 국방부 "튀르키예, F-16 전투기 현대화 완전 지지"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셀레스트 월랜더 미국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 국방부는 F-16 전투기 전력을 현대화하려는 튀르키예의 계획을 완전히 지지한다"면서 "현재 이 계획은 진행 중이고 계약 절차를 통해 완료해야 하지만, 튀르키예의 전투기 현대화는 나토 및 미국 안보에 기여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날 나토 정상회담 일정 중간에 양자 회담을 열고 튀르키예 전투기 현대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핀란드 일간 일타레흐티(Iltalehti)에 따르면 미국과 튀르키예 간의 양자 회담은 핀란드·스웨덴 측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 이들 두 국가의 나토 가입 협상이 튀르키예 반대로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핀란드·스웨덴 관계자가 28일 오전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나토 정상회담 전에 핀란드·스웨덴과 나토 가입에 대해 합의를 이루면 공식적인 양자 회담의 창이 열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투기 현대화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9일 오후에 두 정상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1시간 동안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2019년 튀르키예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미국의 주요 무기 구매가 금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튀르키예는 지난해 10월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에 신형 F-16V 전투기 40대와 기존 F-16 전투기 약 80대의 개량에 사용할 부품 판매를 요청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당시 이스마일 데미르 튀르키예 방위산업청장이 "이 요청이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놨음에도 미국은 지난 8개월간 묵묵부답이었다.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찬성으로 얻은 전투기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정부는 튀르키예가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관련 협상 중에 F-16V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튀르키예가 반대 의사를 철회한 지 하루 만에 미 국방부에서 F-16V 판매 의사를 밝혔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백악관 풀 기자단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하는 것과 관련해서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대가설’을 부인했다.
튀르키예가 F-16V 구매를 하기 전 거쳐야 할 미국 의회 승인에도 큰 장벽은 없을 전망이다.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29일 트위터에 "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에 F-16 판매를 지원하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2019년 튀르키예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 소탕 작전을 감행하자 초당적 제재 부과에 앞장서왔다.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날 "그레이엄 의원이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가 중요한 나토 동맹국임을 강조하며 지지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쿠르드족 분리독립 세력 등 송환 시작
한편 튀르키예는 나토 가입에 찬성하면서 핀란드와 스웨덴으로부터 합의를 받아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페토(FETO·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 관련자 송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PKK는 튀르키예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조직으로 튀르키예는 PKK를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다. FETO는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동지였으나 지금은 정적이 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따르는 조직이다.
아나돌루에 따르면 베키르 보즈다으 법무장관은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에 각각 12명과 21명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일타레흐티에 "핀란드 법률에는 우리 자국민이나 유럽연합(EU) 거주 허가를 받은 사람은 인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 법률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해 향후 갈등을 예고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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