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사 먹기도 무서워진 시대_돈쓸신잡 #52

김초혜 2022. 6. 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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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면한 인플레이션은 '나쁜 물가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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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에 정말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무섭게 치솟는 물가가 어디서든 화두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떠는 중이다.

물론, 물가 상승이 항상 나쁜 건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물가는 오른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당면한 인플레이션은 '나쁜 물가 상승'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는 활력을 잃는데, 물가만 오르는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소득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밑돌면 당연히 삶은 팍팍해진다. 내 수입은 제자리인데, 모든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 이건 실질적으로 임금이 깎인 것과 같다.

이런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일단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편이 좋다. 물가와 관련한 용어와 신조어를 정리해 봤다.

「 '스태그플레이션'이 뭐죠? 」
최근 경제 뉴스를 유심히 보면 〈S의 공포〉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S란 스태그플레이션을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합성한 단어다. 즉, S의 공포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오는 상황을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1970년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오일쇼크가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케이스다. 중동전쟁 여파로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을 확 줄였다. 그 결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전 세계를 덮쳤다. 물가가 급등하니 사람들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또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발생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도 비슷하다. 거리 두기 해제로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확 늘었지만, 공급이 그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런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막대한 천연가스를 보유한 나라고,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 30%를 담당하는 곡물 대국이다. 두 나라가 전쟁을 하며 천연가스와 곡물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런치플레이션'이 무서운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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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과 관련한 신조어 역시 인플레이션처럼 계속 탄생하는 중이다. 런치+인플레이션을 합친 '런치플레이션'이 대표적이다. 외식 물가가 무서운 속도로 오르면서 점심을 먹을 때마다 탈탈 털리는 기분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다.

4명이 평양냉면 식당에 가서 냉면 4그릇 먹고 수육 한 접시만 시켜도 10만 원 정도가 나온다. 결코 "가볍게 냉면이나 한 그릇 할까?"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후배들에게 밥 잘 사고, 술 잘 사던 배포가 큰 사람들마저 선뜻 카드를 내밀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카드값 폭탄을 맞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요즘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 편의점이다. 런치플레이션을 피해 비교적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이 확 늘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급증하는 중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 미국인들 역시 무섭게 치솟은 외식 물가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외신 뉴스가 쏟아진다. 그래서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선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문화가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베케플레이션'에 우울한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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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값싼 항공권을 예매해서 3박 4일 일정으로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후쿠오카 행 티켓은 제주도행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후쿠오카 정도는 잠시 훑어보고 오는 곳으로 여겼다. 대단히 큰마음을 먹고 가야 하는 여행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런 시기였다. 저가 항공사들이 서로 피 튀기는 경쟁을 하던 때라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저렴한 티켓을 구해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여름휴가는 최소한 가까운 동남아 휴양지라도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강제로 막혀버렸다. 긴 어두운 터널이 지났고, 어쨌든 이제 다시 해외여행 자유가 주어졌다. 그런데, 여름휴가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무섭게 치솟은 티켓값을 확인하고 "올해까지는 그냥 국내 여행으로 만족하자"라며 단념하는 중이다. 인플레이션은 휴가 비용마저 확 끌어올렸다. 베케이션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베케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려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해외로 떠나려다가 국내로 발길을 돌린 사람이 늘어났고, 그 결과는 당연히 국내 여행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제주도 숙박비는 마치 전성기 때의 비트코인처럼 '떡상'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올해 휴가는 그냥 집에서 쉴까?"라며 단념하는 직장인도 많을 것이다.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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