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최악 '전력 보릿고개' 온다.."전력 수급 경보 낼 수도"

김남준 2022. 6. 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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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여름 지난해보다 더한 ‘전력 보릿고개’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무더운 날씨에 전력 사용이 예년 보다 늘어나는데, 전력 공급은 과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해서다. 특히 신한울 1호 등 신규 원자력 발전 투입 기간이 늦어진 것이 전력 수급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전력 수급 경보 발령할 수도”


서울 중구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줄지어 설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산업부는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서 이번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전년(91.1GW)보다 높은 91.7~95.7GW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수요가 최대가 되는 시점은 올해 8월 2주차다. 하지만 이 기간 전력공급(100.9GW)은 전년(100.7GW)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전체 전력공급(정비·고장 제외)에서 그날 전력수요를 빼고 남은 전력을 뜻하는 전력공급 예비력은 5.2GW~9.2GW로 지난해 예비력(9.6GW)보다 4.4GW~0.4GW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예비력을 전력수요로 나눈 전력공급 예비율은 5.4%~10% 수준이다.

통상 예비력은 10GW 이상이어야 안정된 상태라고 본다. 예비력이 5.5GW 아래도 떨어지면, 전력 수급 경보 ‘준비’를 발령한다. 예비력이 이보다 더 내려가면 ‘관심’(4.5GW 미만)·‘주의’(3.5GW 미만)·‘경계’(2.5GW 미만)·‘심각’(1.5GW 미만) 순으로 경보 수위가 올라간다. 경계 단계부터는 긴급 절전을, 심각 단계에는 순환 정전을 시행한다. 순환 정전은 더 큰 전력 수급 위기를 막기 위해 일부 지역에 한해 강제로 전력을 끊는 조치로, 2011년 대정전 사태 때 실시했다.

산업부 예측대로면 이번 여름철 최악의 상황엔 전력 수급 경보 ‘준비’까지 발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2012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예비력이다. 여름철 기준 올해 전망보다 예비력보다 낮았던 적은 2012년(2.8GW)과 2013년(4.7GW)이 유일하다. 실제 최근 전력수급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23일 예비율(9.5%) 올해 들어 처음 10% 미만을 기록했다고 했다. 특히 이번 달(26일까지) 평균 최대 전력 수요는 6만9928㎿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2003년 이후 6월 평균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상 이변으로 7~8월에 심한 무더위가 온다면, 예상보다 더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올여름철 수요 역대 최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여름 전력수급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우선 전력수요가 예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91.7GW~95.7GW)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산업부는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상해 자체 예측모형 분석과 전문가 검증을 통해 전력 수요를 예측했다”고 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완화로 전력 사용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점도 전력수요 증가 예측의 배경이 됐다.

전력공급이 예상보다 늘지 않았다는 점도 수급 상황을 더 어렵게 했다. 원전 고장 및 예방정비가 많았던 지난해 여름철보다 올해 여름철 원전의 전력 공급능력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노후 석탄발전 폐지 및 정비 등의 영향에 전체 전력 공급능력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냉방기 공급이 과거보다 늘어난 데다, 기상 이변 등이 계속 발생하면서 여름철 전력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반면 전력공급은 단기적으로 쉽게 늘리기 힘들어 전력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1호 지연에 수급 상황 더 꼬여


원래 예정됐던 신규 원전 건설 지연이 전력수급 상황을 더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 3월 이었던 신한울 1호 가동 시점이 오는 9월 30일로 최종 연기된 것이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신한울 1호는 원래 2020년 4월 완공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운영 허가를 신청했지만, 원안위가 비행기 충돌 위험 등을 줄이라는 요구를 하면서 일정을 1년 이상 늦췄다. 당시 원안위가 정부 탈원전 정책 기조에 맞춰 신한울 1호 운영 허가를 일부러 늦춘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지난해 7월 원안위가 뒤늦게 신한울 1호를 조건부 허가해 시운전에 들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추가 설비 개선이 필요하게 되면서 가동 시점이 반년 이상 또 늦어졌다. 결국 지난해 이어 올해 여름에도 투입이 어렵게 됐다.

정비를 이유로 5년 이상 가동이 멈춰 있는 한빛 4호 문제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7년 5월 정비에 들어간 한빛 4호는 공극 발생 등을 이유로 운영허가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등 예정됐던 발전 설비가 제때 들어오지 못한 점이 전력수급 상황을 어렵게 했다”고 했다.


시운전 원전 당겨쓰고, 공공 냉방기 또 꺼


정부는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상황에 따라 시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의 전력을 당겨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시운전하면 원래 최대 생산 가능한 전력의 절반 수준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가동하지 않는 노후 화력 발전 등을 이용하면 총 9.2GW의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공공기관 냉방기 사용 자제 같은 적극적인 여름철 전력 수요 감축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280개 공공기관 실내 적정온도 준수 및 조명 소등 등 에너지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전력수급 위기 시 냉방기를 돌아가면서 끄는 등 절전에 동참토록 할 계획이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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