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판결 후 조치 없는 KB..이복현 금감원장 "살펴보겠다"

류승연 2022. 6. 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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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7년 채용비리 사건의 유죄가 확정된 KB국민은행(국민은행)이 부정입사자 퇴사조치나 피해자 구제 등 관련 조치를 하지 않는 것과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당초 수사의뢰를 한 금감원은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의 결론이 나온 뒤엔 후속조치 등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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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입사자 내보낼 근거 없다"는 국민은행..시민단체, 금감원에 진정

[류승연 기자]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015~2017년 채용비리 사건의 유죄가 확정된 KB국민은행(국민은행)이 부정입사자 퇴사조치나 피해자 구제 등 관련 조치를 하지 않는 것과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 관련 금감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을)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남성은 올리고 여성은 내리고, 청탁 지원자 명단도...피해자 수백명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이란, 국민은행이 지난 2015~2017년까지 신입 행원과 인턴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점수를 임의로 조작 '부정 합격자'를 채용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완료된 자기소개서의 등급을 임의로 상향 또는 하향했다. 특히 남성 지원자 113명의 등급은 올려서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등급은 낮춰 불합격시켰다. 

국민은행은 회사 고위 관계자 등에게 청탁을 받은 지원자 명단인 'VIP 리스트'도 만들었다. 그중 일부 지원자와 관련해, 당시 채용팀장 A씨에게는 각각 '회장님 각별히 신경'이라거나 '서류 전형 합격 부탁' 등 내용을 담은 메모까지 전달됐다. 당초 서류 전형 '합격선'은 840등까지였는데 A씨는 앞선 두 명의 지원자가 자기소개서 평가에서 각각 840등, 853등을 받은 사실을 알고 이들이 탈락하지 않도록 서류 전형 합격자 수를 870명으로 늘렸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1월 '은행권 채용 실태조사'를 통해, 시중은행에서 채용 청탁·면접 점수 조작 등 22건의 비리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 조사로 처음 국민은행이 채용 관련 'VIP 리스트'를 관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1월 대법원은 A 팀장 등 임직원 4명에게 업무방해죄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에 유죄를, 국민은행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유죄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은행 "부정 입사자 내보낼 법적 근거 없다"

그런데도 국민은행은 아직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최근 국민은행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은행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국민은행이 지금이라도 부정 입사자들을 내보내고 당시 불이익을 받았던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부정 입사자를 내보낼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90일 이내 개인정보 삭제 의무에 따라 입사 지원자 정보도 사라졌다며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도 없다는 설명이다. 

또 '채용 과정에서 부정 청탁은 없지 않았느냐'는 논리도 내세웠다. 청탁 받은 지원자의 명단을 전달하고 평가등급을 조작한 임직원들이 부정청탁죄가 아니라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았다는 게 근거다. 

이같은 국민은행 사측의 입장은 지난 4월 6일 노사협의회 과정에서 나왔다. 이를 전한 류제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이전엔 '대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던 회사 측이 유죄가 결정되자 '부정 청탁은 없었고, 성비 조정이나 지역 안배 과정에서 (임의 점수 조작)을 했을 뿐이라고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 여건 조성으로 은행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동시에, 장애인, 특성화고 및 다문화가족 자녀 등 다양한 계층의 채용 실현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수사의뢰를 한 금감원은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의 결론이 나온 뒤엔 후속조치 등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당초 금감원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만큼, 금감원이 직접 개입해 채용취소가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지난 22일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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