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낙동강 보 해체 땐, 녹조 줄고 수질 개선" 환경부 예측 결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한강·낙동강의 11개 보를 해체하면 녹조가 줄고 수질이 나아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녹조가 심한 낙동강에서는 조류 경보제의 '관심' 단계 이상의 발령 일수가 크게 줄고, 강바닥의 산소 부족도 덜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질이 상대적으로 나은 한강에서도 보를 해체하면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이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환경부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지난해 (주)지오시스템리서치에 한강·낙동강 수질 예측 모델링을 의뢰했다. 한강·낙동강의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오시스템리서치 연구팀은 두 차례 보완을 거쳐 지난해 12월 말 최종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환경부는 최근 별도의 브리핑 없이 인터넷을 통해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류 경보 발령 일수 대폭 감소
연구팀은 2018년과 2019년의 기상 조건에 따라 보가 있을 때와 보를 해체했을 때 예상되는 수질을 비교했다. 수량·수온·수질 등 기존 데이터로 모델의 재현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쳤다.
모델 분석 결과, 낙동강 합천창녕보는 2018년 조건에서 조류 경보제의 관심 단계 발령 일수가 125일이었는데, 보가 해체된다면 88일로 37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낙동강 칠곡보 역시 2019년 조건에서 발령일수가 93일인데, 보를 해체하면 25일로 68일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조류경보 관심 단계는 2회 연속으로 물 시료 mL당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세포 수가 1000개 이상일 때 발령된다.
낙동강 전체로는 보에 따라 2018년 조건에서는 발령 일수가 19~37일, 2019년 조건에서는 22~68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낙동강에서 보를 해체하면 녹조 발생 시기가 단축되거나 녹조 강도가 약해진다는 의미다.
수질이 나은 한강(남한강)의 경우 2018년에는 조류 경보가 발령되지 않았고, 2019년 조건에서는 여주보의 발령일수가 14일에서 12일로 2일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한강 강천·이포보는 2019년 조건에서 발령일수가 각각 12일과 16일로 보 해체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녹조 원인 남세균 숫자도 감소
2018년 조건에서 낙동강 보를 해체하면 mL당 2만4600개(상주보)~50만2400개(강정고령보) 범위에서, 2019년 조건에서는 6100개(상주보)~24만6200개(달성보) 범위에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강정고령보의 경우 연간 최대치가 52만5500개에서 2만3100개로 줄었고, 6~9월 여름 평균치도 10만1700개에서 4700개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보를 해체하면 낙동강 저층의 산소 농도는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조건에서는 용존산소(DO) 연평균 농도가 보에 따라 0.7~1.8ppm, 2019년 조건에서는 0.4~2.1ppm 상승했다.
저층에서 산소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날도 구미보를 기준으로 2018년 조건에서는 54일, 2019년 조건에서는 96일이었으나 보 해체 후에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저층에서 산소가 부족하면 물고기가 살아가기 어렵고, 퇴적토에서 인과 같은 영양물질이나 황화수소 같은 유해물질이 수층으로 용출된다.
창녕함안보 수질 개선 기대 못 해
낙동강에서는 전체적으로 체류 시간 감소하면서 조류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이 줄면서 녹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가장 하류에 있는 창녕함안보는 수심이 감소했을 때 규조류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상하층 이동이 가능한 남세균은 수심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바닥에 잘 가라앉는 규조류는 수심이 얕고 교란이 있을 때 잘 자란다.
연구책임자인 지오시스템리서치 송용식 수석은 "창녕함안보 지점은 보 건설 전에도 가을·겨울 등에 규조류가 심하게 번성하던 곳이어서 보 해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보 건설로 낙동강의 체류 시간이 증가하면서 조류가 심하게 발생하는 지점이 하류에서 중류로 이동했는데, 보가 해체되면 조류가 크게 번성하는 지점이 다시 하류로 이동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유속이 증가하면서 강물이 상·중류를 빠르게 통과하고, 하류에 도달할 때가 돼야 조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수도권 상수원 팔당호 수질도 개선
칠곡보에서는 보 해체 시 2018년 조건에서 COD가 1.6ppm, 2019년 조건에서는 1.3ppm 낮아진다는 예측이 나왔다.
한강 보가 해체되면 팔당1 지점에서는 2018년 조건에서 COD가 0.5ppm, 2019년 조건에서는 0.3ppm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송 수석은 "한강과 낙동강의 경우 보 수문을 열고 직접 수질 측정을 하지 못했는데, 이런 경우 모델로 예측하는 것이 유용하다"며 "모델 분석 과정에서 4대강 조사평가위 전문가와 자문단 소속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강과 낙동강에서는 일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질·생태 모니터링을 위한 수문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바람에 환경부도 체계적인 실측에 나서지는 못했다.
보 유지보다 해체하는 게 '이득'
재정학회는 수질 개선으로 인한 한강 3개 보의 편익(2025~2062년)이 1192억~3279억 원, 낙동강 8개 보는 131억~190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했다.
재정학회는 또 보 해체 비용과 물 이용 대책(취수구 개선 등), 소수력 발전 중단 등 비용과 수 생태 개선과 홍수 조절 능력 개선, 유지관리비 절약 등 편익을 비교해 편익-비용(B/C) 비율을 계산했다.
이 결과 한강 이포보가 5.49, 강천보가 3.5로 나오는 등 11개 보 가운데 9곳에서 B/C값이 1을 웃돌아(편익이 비용보다 많아) 보 해체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비해 낙동강 강정고령보(0.93)와 창녕함안보(0.52)는 B/C값이 1을 밑돌았는데, 이는 1000억 원이 넘는 물 이용 대책 비용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강정고령보는 보 해체 비용이 589억원인데 물 이용 대책 비용은 1726억 원으로, 창녕함안보는 해체 비용이 719억 원인데 물 이용 대책 비용은 1420억 원으로 추산됐다.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장인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보 해체와 무관하게 취수구를 낮추는 조정은 필요하다"며 "그런 취수구 개선 비용을 제외한다면 강정고령보와 창녕함안보의 경우도 보 해체의 B/C값이 1을 웃돌아 경제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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