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대한 경찰 권력과 민주적 견제 방안

입력 2022. 6. 30. 00:26 수정 2022. 6. 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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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경찰개혁위원회 설치를 권고하면서 경찰개혁이 시급해졌다. 치안 정책의 집행기관인 경찰에 대해 행안부가 경찰정책관(가칭) 직제를 신설해 민주적 통제와 지휘 감독을 강화하자는 대안이 제시됐다. 반면 비대한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경찰의 정치권력에 대한 예속을 강화하는 조치에 반대하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이런 시점에 경찰의 본질과 함께 경찰의 제도적 특수성과 문제점을 제대로 따져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은 공공의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통치권에 기초를 둔 권력작용으로 개인에 대한 명령과 강제를 수단으로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해 불심검문, 보호조치, 위험 발생 방지조치 등을 할 수 있다. 대간첩작전 수행과 소요사태 진압을 위해 각종 무기와 항공기 등 경찰장비도 갖추고 있다.

「 검찰 지휘·감찰하는 법무부처럼
행안부, 경찰권력 분산 장치 필요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14만 명의 중앙집권적 국가경찰 체제가 경찰의 본질이다. 자치경찰제를 지난해 7월 도입했다지만, 국가경찰이 전체 경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은 영국·일본·독일과 비교하면 한국은 무늬만 자치경찰이다. 대부분 해외 선진국은 경찰 권력이 자치경찰 중심으로 철저하게 분권화돼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의 경우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관련 법령과 제도를 관장하는 것처럼 중앙부처는 제도와 정책을 관장하고 외청은 집행기관으로 조직돼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주요 선진국도 비슷하다. 프랑스는 내무부(한국의 행안부)가 경찰의 인사·예산·정책(법률)에 관한 사항을 관할하고 독일도 마찬가지다.

검찰을 보더라도 법무부가 검찰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만 치안 정책과 제도는 물론 인사권·예산권까지 행사해왔다. 법무부가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감찰권을 갖고 있으나 행안부는 경찰에 대한 아무런 지휘권과 감찰권이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처럼 한국 경찰은 해외에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권한이 집중된 단일한 중앙집권적 국가 조직이다. 엄청난 권한에 비해 효과적으로 통제·감독할 시스템이 극히 미흡하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제도가 있었지만, 경찰이 지난해 1월부터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고 1차 수사종결권까지 행사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지휘 폐지에 따라 사실상 고삐가 풀린 경찰 권력에 대해 효과적으로 감독·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당연히 마련해야 한다. 국가경찰위원회가 1991년 설립됐지만 국민이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형식적 위원회가 독자적 수사권과 1차 수사종결권까지 가진 막강한 경찰을 효과적으로 통제·감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찰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중앙집권적 경찰 조직을 분권화하고, 강화된 경찰권을 행안부가 효과적으로 통제·감독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행안부가 수립한 치안 정책의 집행기관으로 충실히 역할 하도록 해야 한다. 검찰의 경우처럼 경찰 인사와 예산도 행안부가 관장해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막아야 한다. 행안부가 경찰정책관을 정식 직제로 신설을 검토하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 수사권 확대, 책임장관제 실시 등으로 인해 장관의 행정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다. 행안부 직제 신설 여부는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지 국회 입법 사항은 아니다.

‘경찰 독립’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청장의 인사 추천권,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 대통령의 임명권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도 맞다. 행안부에 경찰정책관을 신설한다고 권위주의 독재시대로 회귀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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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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