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버티다 우동값 인상했다..尹정부에 바라는 딱 한가지 [남택이 고발한다]
연일 인플레이션 위기 관련 기사가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식당을 꾸려가는 자영업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새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 엄중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답을 갖고 있을까. 그렇다고 믿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한가하게 정부의 방침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먹고 살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 주력 메뉴인 우동 가격을 15% 올렸다. 6년 만의 인상이었다. 지난해부터 이미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식자재 가격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러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버티고 버텼지만 4월이 되자 원가 상승분을 언제 음식값에 적용해야 하나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고, 5월 들어 기존의 아르바이트 시급으로는 도저히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이젠 더 버틸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마음 한구석에는 코로나 19 후유증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 덥석 가격을 올렸다가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주변 경쟁업소의 가격 인상 분위기에 맞춰 뒤늦게 결단했다. 이런 식당 살림살이는 지극히 사적인 일이고 고객이 꼮 알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경제의 거울이 되겠다 싶어 이 과정에서 겪은 바를 한번 써본다.
음식값 인상은 고육지책
1960년대생인 나 같은 기성세대는 수십 년 전 중학교 사회 시간에 임금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실질소득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국제 경쟁력만 떨어진다는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내 욕심만 채우는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는 나쁜 일이라 믿으며 자랐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인건비 조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물가 관리를 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라는 내 과거 상식에 반하는 정책을 내세워 지난 몇 년간 강제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는 만용을 부렸다.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홀 서빙 아르바이트 같은 일자리는 요즘 주 단위로 시급이 바뀐다. 1만2000원을 넘어 1만5000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런 결과가 최저임금 1만원을 밀어붙인 지난 문 정권 탓만 아니다. 미리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어쩔 수 없이 인플레에 빠져든 측면이 있다. 문 정부가 소주성을 밀어붙이지 않았어도 오를 인건비는 어차피 올랐을 거다. 그런데 정부 주도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니 부작용만 만들어버린 꼴이 됐다. 물가상승, 그리고 취약계층의 취업난이라는 부작용 말이다.
약자 일자리부터 없앨 수밖에
종전 시급으로는 더이상 알바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식당 주인들은 오른 시급으로 알바를 구하는 대신 기존 인원을 줄였다. 알바 자리를 구한 젊고 민첩한 학생은 같이 일하는 인원이 줄어 좀 더 바쁘지만 그만큼 시급이 올랐기에 수긍하고 일을 한다. 문제는 과거라면 큰 문제가 없던 노령의 홀서빙 아줌마나 장애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이전 같으면 주인이든 같이 일하는 알바 동료든 적당히 서로 도와주며 일이 서툴러도 참고 일 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도저히 일이 돌아가지 않을 만큼 인원이 줄면서 알바끼리의 갈등과 불만이 터져 나온다. 주인은 하는 수 없이 저성과 인력은 줄이고 대신 일 잘하는 소수정예 직원은 성과급을 주면서까지 붙잡는다. 똑같은 알바 자리를 채우는 직원의 수입이 급격히 벌어지고 이유다.
고원자재가 고환율 고금리라는 3고(高)에 고임금에까지 이겨내야 하는 자영업자가 생존하는 방법은 뭘까. 원가는 덜 들면서 손님이 만족하는 메뉴를 개발해 많이 팔고, 더 높은 시급을 주더라도 적은 인원으로 유지해 순익을 확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작은 가게가 아니라 큰 기업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돈 안 되는 건 정리해 그 돈으로 새 상품을 개발하고, 팀장 입에서 네 명 데리고 하던 프로젝트를 이번엔 세 명으로 끝내겠다, 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솔직하게 국민 설득해야
가게 살림이나 기업 경영이나 국가 경제나, 이처럼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 그런데 왜 정부는 당장 급한 실질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개 식당 주인으로서 결코 정부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언제 빨리 전쟁을 끝내게 해 달라고 했나, 임대료 못 올리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했나, 당장 뚝딱 원전을 지어 전기료를 낮춰 달라고 했나, 아니면 최저임금을 반으로 뚝 잘라 달라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했나.
난 경제학자도, 엘리트 경제 관료도 아니지만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상식만으로도 물가가 올라도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지면 국제 경쟁력이 살아나 기업은 돈을 남기고 그 돈은 다시 투자되어 내수를 지탱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걸 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벗어나면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이 정상을 찾을 거라는 것도 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내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같은 사기성 슬로건을 현실화하려고 '정부는 세금을 아낌없이 펑펑 쓸 테니 대기업이나 부자는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로는 이 경제 난관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 역시 확실히 안다.
이번에 미안한 마음으로 올린 메뉴판 가격을 이번 정부가 끝날 때까지 올리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택 건축사·푸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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