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한 강릉 세컨드 하우스

2022. 6.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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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라는 도시를 느끼기에 작지만은 않은 두 번째 집.
「 작고 귀여운 두 번째 우리 집 」
사실 ‘세컨드 하우스’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거창한 느낌이다. 집 하나도 간수하기 힘든데 두 번째 집이라니. 하지만 우리는 세컨드 하우스를 그다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규모가 크거나 웅장한 인테리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지금 사는 곳이 아닌, 다른 도시를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라면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된 세컨드 하우스는 강릉 초입과 시내의 중간쯤에 있는 13평 정도의 작은 아파트다. 강릉은 강원도의 다른 도시에 비해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데다 소나무 숲과 바다를 비롯한 자연, 카페와 맛집 등 도시 인프라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제주도에 세컨드 하우스를 만드는 것도 고려했지만 매주 비행기를 타는 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만만치 않았고 날씨 제약이 많은 것도 단점으로 생각돼 포기했다. 강릉을 기점으로 강원도의 다른 도시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도 최종 선택에 일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원도에 세컨드 하우스가 있다면 당연히 집에서 ‘오션 뷰’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세컨드 하우스에서 바닷가까지 가려면 차로 20분은 걸린다. 우리가 강릉을 선택한 이유는 바다가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다. 바다가 보고 싶으면 드라이브하듯 훌쩍 가서 보고 오면 되니까. 집을 정하게 된 과정은 간단했다. 강릉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이 살던 집을 매매한다길래 가서 보고 단번에 결정했다. 다른 지역이나 집은 둘러보지도 않았다. 우리 가족의 세컨드 하우스는 방 두 개와 욕실 한 개가 있는 전형적인 아파트의 작은 평형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이어서 이사할 때 크게 고생한 이후 대대적인 공사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추가 비용도 부담이었다. 두 번째 집이고 매일 머무는 공간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인테리어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었다. 기본적인 공사는 셀프 인테리어로 해결했다. 오래된 부엌 철거만 전문 업체에 부탁하고 이케아 상부장과 주방 가구를 조립했다. 페인트도 직접 칠했다. 가구와 소품 역시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최대한 활용했다. 서울 집에서 천덕꾸러기였던 물건이 강릉 집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간이 작으니 계절마다 커튼과 패브릭, 소품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집 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릉 집은 우리에게 작은 집의 장점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마음 같아서는 매주 세컨드 하우스에 가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개 2~3주에 한 번,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머무는데 편하게 쉬다가 근처 맛집에서 식사하고 해변을 산책하고 커피도 마시는 보통의 일상을 보낸다. 숙소에 머무는 것과는 달리 입실. 퇴실 시간의 압박도 없고 내키면 하루 더 있어도 그만인 자유로움이 우리에겐 있으니까. 우리의 강릉 집은 사람들이 세컨드 하우스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뛰어넘는 집일지도 모른다. 좁고, 바닷가 근처도 아니고, 서울 집보다 불편한 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좋아하는 도시에서 좀 더 여유롭게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는 생각, 그 하나만으로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했다.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거대한 로망이나 기대로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거나 반드시 모든 것을 갖춘 상태로 출발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어느 도시가 살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면 기회가 닿는 집에서 먼저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퍼스트든, 세컨드든 모든 게 마음에 드는 집은 세상에 없을 수도 있으니까. 임대가 가능하다면 먼저 임대로 살아보고 매매를 결정하는 것도 추천한다. 세컨드 하우스 라이프를 경험하기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평생 떠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은퇴 후에 강릉에서, 아니면 다른 어떤 곳에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세컨드 하우스는 그런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장소다.

김보경(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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