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최저임금 9620원, 5% 인상..노사 모두 불만 왜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2023년 적용)이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시급 9160원)보다 5% 올랐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물품과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들어, 노동계는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를 이유로 댔다.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는 29일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심의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555원이다. 이 액수를 적용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 된다. 연봉으로는 2412만6960원이다. 여기에는 상여금이나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수당이 제외돼 있다.
이날 결정된 2023년 최저임금은 지난해 공익위원이 잘못된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반영해 책정한 인상률(5.1%)에 근접한 수치여서 산업현장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3년 최저임금 심의는 모처럼 법정 시한(29일)을 지켰다.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9번째다. 최근 10년간은 2014년을 빼고 법정 시한을 넘겼다. 노사 간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도 법을 지킨 것은 상당한 진척으로 평가된다.
이에 앞서 노동계는 이날 최초 제시안(1만890원)에서 800원 깎은 1만90원을 2차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올해보다 10.2%(930원) 인상하는 안이다. 이에 경영계는 당초 동결안에서 물러서 1.6%(150원) 인상한 931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간극이 워낙 커서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이어 3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1만80원(10% 인상)으로 1만원 대를 고수하는 안을 냈고, 경영계는 9330원(1.9% 인상)을 제출했다. 사실상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합의 가능성은 희박했다.
결국 회의 막바지에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시급 9410~9860원(2.7~7.6% 인상) 범위에서 노사가 인상안을 제시하라고 통보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하지만 노사는 3차 수정안을 고수했다.
공익위원들은 더는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 공익위원 안으로 시급 9620원을 제시하고 표결에 부쳤다. 이에 민주노총 측 근로자 위원 4명이 퇴장했다. 표결에 들어가자 사용자 위원 9명도 전원 퇴장했다. 결국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측 근로자 위원 5명이 참여해 표결로 통과시켰다. 사용자 위원은 표결 선언 뒤 퇴장해 기권으로 처리해 의결 정족수에 포함시켰다.
공익위원들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했지만, 가파른 물가상승세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익위원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의 오류를 바로잡지 않아서다. 지난해 공익위원들은 임의로 올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잘못 예측해 경제성장률 전망(4%) 수치를 포함해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5.1% 인상했다. 이 바람에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등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예측에 따른 인상으로 물가상승분이 선(先)반영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도 올해는 물가상승치를 새로 산출 계산식에 집어넣어 반영했다. 이 때문에 오류 수정은커녕 경기침체에 따른 조정작업마저 외면했다는 비판이 인다.
특히 이번에도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결정 기준이 아닌 경제성장률(2.7%)과 물가상승률(4.5%)에 취업자 증가율 2.2%라는 수치를 적용한 산식을 임의로 만들어 결정액을 도출, 논란이 일 전망이다.
2017년 시급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광폭의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2022년 시급 9160원으로 41.6%나 올렸다. 내년에 5% 인상되면 문재인 정부부터 윤 정부 첫 해까지 6년 동안 48.7%의 인상률을 기록하게 됐다.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공익위원안에 반발해 퇴장한 직후 "한계 상황에 내몰린 영세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경제 상황의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의 안정을 바랬으나 듣지 않았다"며 "특히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결정 산출식은 일관성이 없고 즉흥적"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공익위원의 안(결정액)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삶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어서 절망스럽다고 상당히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출식에서도 기획재정부가 물가상승률을 4.7%라고 했는데, 이런 최근 산식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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