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주기 때문에 고발당한다? '생리앱' 지우는 美여성들 왜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여파로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생리 주기를 예측해주는 스마트폰 앱을 삭제하고 있다. 이 앱이 형사 고발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예정임을 시사하는 대법원 의견 초안이 유출되면서 시작됐고, 지난 24일 실제로 낙태권이 폐기된 이후 더욱 심해졌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플로', '클루' 등 두 가지 생리 주기 추적 앱 이용자가 모두 합쳐 5500만명을 웃돈다.
이 앱들은 이용자가 생리를 시작한 날짜 등을 입력하면 배란일이나 생리 예정일 등을 자동으로 예측해줘 임신·피임을 계획하거나 휴가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용도로 쓰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로 향후 일부 주(州)에서 낙태가 사실상 금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앱을 아예 삭제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용자들은 앱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록했다가 만약 낙태가 불법화되면 혹시나 형사 고발의 근거로 사용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른 앱과 마찬가지로 생리 주기 추적 앱 역시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 보관 및 공유한다. 낙태가 범죄인 상태에서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할 경우 앱 개발사를 통해 이용자에게 수집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새라 스펙터 전 검사는 가디언을 통해 "불법 낙태를 한 여성을 기소하려 한다면 생리 주기 추적 앱을 포함한 다양한 앱을 통해 이용자들의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단 생리 주기 앱뿐만 아니라 구글맵처럼 위치 추적이 가능한 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앱 개발사들도 속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플로' 앱 측은 24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익명 모드'를 곧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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