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밉지만 토종기업..진정성 있는 새주인이 변화 일궈내야 [최승근의 되짚기]
토종 유가공업체의 해외 자본 매각에 대한 우려도
회사 함께 키운 임직원 보듬을 책임감도 요구
남양유업 인수합병(M&A) 본안 소송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의 진실공방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1일 홍 회장과 한 대표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가운데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제품 기업으로 58년 간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발생한 크고 작은 이슈로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오너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들은 지난해 불가리스 사태로 극대화됐다.
회사의 존폐와 소속 임직원들을 위한 쇄신 노력이 불가피했던 상황에서 홍 회장의 매각 결심은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주인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기업의 전반적인 변화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각 대상을 사모펀드로 정한 홍 회장의 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남양유업은 기업과 제품 브랜드 가치를 재고할 수 있는 경영 능력이 충분한 매수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경영 능력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 가치를 올려 재매각하는 사모펀드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와 장기적 관점의 운영 능력이 있는 기업을 우선시했어야 했다.
특히 분유, 우유 등 유제품 사업을 영위하는 남양유업의 주 소비 대상은 영유아나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일반 식품과는 달리 소비자 관여도가 높고, 품질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만큼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2026년부터 유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가 철폐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저출산 및 원부자재 상승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유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대한민국 토종 기업인 남양이 외국 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과거 한앤코는 초록매실, 아침햇살, 하늘보리 등 국민 음료들을 생산하던 웅진식품을 인수해 대만 퉁이그룹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
한앤코는 다른 사모펀드와 달리 직접 경영에 참여하긴 하지만 재매각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모펀드로서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투자자에게 반드시 수익을 안겨 줘야 하기 때문에 경영에 있어 우선적으로 수익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원료나 성분을 조절해 품질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유아 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경쟁력 하락은 곧 기업 이미지 하락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남양은 수많은 논란 중에도 품질 만큼은 인정받았다. 그만큼 품질에 대한 투자와 관리가 엄격했다.
오랜 시간 기업의 품질 가치관을 고집했음에도 경영권 매각 전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홍 회장의 판단은 아쉬울 뿐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사모펀드의 주된 전략이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고용 불안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약 2200명의 임직원과 1600명의 대리점주, 400개 이상의 관계사는 이미 고용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통상 3년가량의 고용 보장이 있지만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어서다.
홍 회장은 지난해 한앤코와의 계약 해제 통보 및 국정감사 등에서 3자 매각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현재 사모펀드와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이 해결된다면, 뒤늦게나마 남양유업이 좋은 결론을 얻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남양유업이 경영권 매각 후에도 국민 기업, 토종 기업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양유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자격을 갖춘 주인을 만나야 한다는게 임직원들의 외침이다.
업계와 시장에 경험이 있고, 글로벌 경쟁 시대의 미래를 대응할 수 있는 유능한 인수자가 나타나 남양의 마지막 불씨를 살릴 수 있길 바란다.
소비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남양이지만 한때 우리 어린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던 토종 기업임을 잠시 기억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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