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노리는 '별별 테크'..'미래 지구' 위한 C테크·우주테크 '훨훨'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비단 규모만 커진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이 뛰어드는 분야도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시대적 요구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다변화’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핀테크·푸드테크·에그테크처럼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분야 외에도, 틈새시장을 노려 대박을 꿈꾸는 ‘별별 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페어런트테크(Parent-tech)
▷금쪽같은 내 아이, ‘기술’로 키운다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초보자’다. 자식 농사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고도 한다. 이제는 첨단 기술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부모 양육을 돕는, 이른바 ‘페어런트테크(Parent-tech)’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을 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독서 플랫폼 ‘젤리페이지’다. 젤리페이지는 교육 전문 기업 ‘디지털대성’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젤리페이지 앱에는 부모가 자녀의 독서 지도를 직접 관여할 수 있는 ‘페어런트테크’ 기능이 포함돼 있다. 부모가 직접 자녀의 문해력이나 연령대, 취향을 고려해 콘텐츠 범주를 정할 수 있다. 독서를 마치면 미션과 보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게임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감상문 쓰기’라는 과제를 달성하면 ‘용돈 500원’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설정하는 식이다. 주세훈 젤리페이지 COO는 “젤리페이지는 연령과 취향에 맞춰 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가족 독서 플랫폼’을 꿈꾼다. IT와 다양한 지식 콘텐츠로 독서 생활에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 키즈 액티비티 플랫폼 ‘애기야가자’는 자녀와 함께 방문할 수 있는 장소 1만7000여곳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놨다. 물론 아이 연령대와 취향 등 정보를 입력하면 위치와 카테고리에 기반해 놀 만한 장소를 추천해준다.
‘아기주민증’도 인기 있는 서비스다. 어린 자녀의 연령 인증을 도와주는 서비스로, 주민등록등본을 앱에 등록하면 아이 연령대에 맞는 여행지를 알아서 추천해준다. 연령 제한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 앱으로 나이를 인증하기도 쉽다.
미취학 아동의 스마트 기기 사용이 대중화된 요즘, ‘스마트 기기 의존증’을 걱정하는 부모도 많다. 자녀들의 디지털 습관을 교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필로토’가 주목받는 이유다. 필로토의 ‘AI 캐릭터’는 아이와 대화를 통해 사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호자가 설정한 기기 사용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폰 화면 속 캐릭터가 등장해 친근하게 사용 종료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아이 모습을 관찰해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도록 돕고 유해 콘텐츠가 감지되면 차단하는 기능도 있다.
▶에이지테크(Age-tech)
▷독거노인 치매 예방부터 ‘웰다잉’까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요즘, 노인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삼은 스타트업도 많다. 특히 비대면으로 노인들의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자녀와 떨어져 홀로 사는 ‘1인 노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그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비아헬스’는 노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에이지테크 스타트업이다. 병원을 가지 않고도 비대면 AI 기술로 노인 인지 건강을 평가·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실비아’를 제공한다. 비대면으로 전문가 피드백을 제공하는 덕분에 치매 검사·관리 비용은 물론 환자들의 심리 장벽도 낮췄다는 평가다. 수익 모델은 B2B(기업 간 거래)와 B2G(기업·정부 간 거래)다. 예를 들어 치매안심센터나 노인복지관, 건강검진센터 등에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실비아헬스가 실비아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다시 리포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비아헬스 외에도 노인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언어처리 전문 스타트업 ‘바이칼AI’는 발음이나 말이 유창한 정도, 대화 일관성 등을 파악한 후 AI가 인지장애 여부를 구별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지난해 KT, 카이스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비대면 상담 서비스도 준비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스타트업 ‘리브라이블리’가 제공하는 시니어 개인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 ‘노리케어’도 비슷하다. 노인의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을 개인 맞춤형으로 개선하는 솔루션. 이용자의 운동 기능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니어에게 최적화된 자체 개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건강한 삶 이후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하도록 돕는 스타트업도 있다. ‘빅웨이브’에서 제공하는 ‘아이백(iback)’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유언장을 남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후에 전달하고 싶은 말을 편지 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은 물론, 녹음을 통해 누구나 쉽게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는 ‘디지털 음성 유언장’ 서비스도 지원한다. 부동산, 현금, 주식, 암호화폐 같은 금융자산은 물론 소셜미디어 사진, 동영상을 포함한 본인 디지털 기록 모두를 한곳에서 정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기후테크(Climate-tech)
▷2차전지·배터리·수소 스타트업
‘기후테크(Climate-tech)’는 탄소 배출 절감에 기여하거나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말한다. 영단어 앞글자를 따 ‘C테크’라고도 한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가 앞다퉈 도입 중인 ‘탄소중립’ 트렌드를 타고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2차전지’와 ‘배터리’에서 전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스타트업이 많다.
‘에스엠랩’은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했다. 망간과 니켈로만 구성된 ‘단결정 양극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2차전지 필수 광물이지만 가격이 비싼 코발트는 포함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망간과 니켈만으로 만든 양극재다. 조재필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가 2018년 7월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올해 6월 기준 누적 투자 유치금이 1000억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과 양극재 소재 공동개발 계약 체결을 완료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대용량 배터리인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덕분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효율은 좋지만 화재 위험이 높다는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전해액 주성분이 ‘물’이라 불이 붙을 위험이 없다. 출력 역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두 배 가까이 높고 수명도 네 배 이상 길어 ‘차세대 대세 배터리’로 꼽힌다. 올해 초 롯데케미칼이 650억원을 투입해 스탠다드에너지 지분 15%를 인수했다.
전기를 아껴 쓸 수 있게 돕는 스타트업도 있다. 에너지 스타트업 ‘그리드위즈’는 사용자가 평소 절약한 전기를 ‘전력 시장’에 판매해 돈을 벌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데이터 기반 컨설팅을 통해 고객사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전기가 더 저렴한 시간에 공장을 가동하는 등 전력 소비를 효율화함으로써 전력을 아끼는 식이다. 이렇게 아낀 전기는 전력거래소에 매각할 수 있다.
‘하이드로켐’은 수소 생산·이송·저장에 필요한 ‘수소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지만 폭발 위험성이 있어 안전 관리가 필수다. 하이드로켐은 누출되는 수소를 자동 감지하고, 감지와 동시에 제거하는 일체형 시스템을 개발했다. 자동차, 선박, 지게차, 발전소 등에 모두 적용 가능해 쓰임새가 광범위하다.
‘폐기물 스타트업’도 맹활약 중이다. 스타트업 ‘리코’는 폐기물 배출 사업자와 운반 업체를 연결해주는 폐기물 플랫폼 ‘업박스’를 운영한다. 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전 과정을 데이터로 관리해 공개하기 때문에 배출 업체 입장에서는 배출량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운반 업체는 폐기물 처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지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수퍼빈’은 스마트 폐기물 분리수거 로봇 ‘네프론’을 개발한 친환경 스타트업이다. 네프론은 쉽게 말해 ‘스마트 쓰레기통’이라고 보면 된다. 이용자가 페트병·캔 같은 재활용 폐기물을 넣으면 AI가 자동으로 분류·수거한다. 페트병 라벨지를 분리하지 않거나 잔존물이 있으면 받아주지 않는다. 대신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잘 처리해 버리면, 폐기물을 버릴 때마다 현금 포인트를 지급한다. 분리수거를 잘할 수 있게끔 유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우주테크(Space-tech)
▷누리호 성공…로켓 스타트업 ‘각광’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우주 스타트업은 아직 손에 꼽을 정도다. 일단 로켓을 자체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두 개뿐이다.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다.
이노스페이스는 소형 위성 발사체 전문 스타트업이다. 국내 민간 최초로 추력 15t급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소형 위성 발사체 ‘한빛’을 개발 중이다. 액체와 고체를 섞은 하이브리드 연료를 사용한 로켓으로, 폭발 위험성이 없고 경제성이 크다는 평가다. 올 하반기 브라질 알칸타라발사센터(Alcantara Launch Center)에서 ‘한빛-TLV(시험발사체)’ 최초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성공한다면 민간 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발사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된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카이스트 재학생이 창업한 ‘학부생 스타트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스페이스X와 같은 고효율 액체메탄으로 길이 8.8m, 중량 1.8t급 로켓 ‘블루웨일’을 개발 중이다. 누리호 중량 200t과 비교하면 111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초소형이다. 현재까지 2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해 기술 검증용 시험 로켓 발사를 완료, 발사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우주테크와 관련해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16년간 근무한 이성희 대표가 창업한 ‘컨텍’은 우주지상국의 설계·제조·구축부터 위성이 전달하는 영상 데이터 수신과 처리 분석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우주지상국은 위성, 위성 발사체로부터 생산된 자료를 수신하고 관제하는 시설이다. 컨텍은 2019년 아시아 민간 기업 중 최초로 제주도에 우주지상국을 구축했다.
‘우나스텔라’는 국내 최초의 민간 유인 발사체를 개발해 우주 관광에 도전한다는 큰 꿈을 품은 스타트업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일하던 박재홍 대표가 올 2월 창업한 신생 스타트업이다. 지난 3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초기) 투자금을 유치하고 중기부 ‘팁스(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박 대표는 독일 베를린공대 우주공학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인재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에서 차세대 로켓 엔진을 개발한 경력도 있다. 2027년 즈음 전 세계 우주 관광객이 연간 4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2025년 준궤도 시험 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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