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新자유주의가 해법 될 수 있을까
'Y노믹스에 불평등 해소 관련 정책 부족하다' 새겨들을 만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케인즈주의 경제학이 대세가 되면서 ‘시장 만능’을 외쳤던 자유주의는 급속도로 쇠퇴합니다. 그랬던 자유주의가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70년대에 몰아닥친 스태그플레이션 때문이었습니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비판 여론이 쇄도하면서 자유주의가 새로이 부상했고, 이전의 자유주의와 구분해 ‘新’자를 붙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 ‘선택의 자유’를 쓴 밀턴 프리드먼이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입니다.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의 실험은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1942년 작성된 베버리지 보고서를 토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졌던 영국은 심각한 영국병에 시달리고 있었죠. 1979년 집권에 성공한 대처 수상은 파업을 일삼던 탄광 노조를 굴복시키고 1980년 178만여명이던 공기업 직원 수를 2년 뒤 47만명으로 줄입니다. 국민연금 지급액을 대폭 낮추고 90%에 육박하던 소득세 최고세율도 40%로 낮췄습니다. ‘암탉’ ‘노동자의 적’이라 불리며 분노의 대상이 됐던 대처 수상 덕분에 영국은 유럽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섭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다시 불신의 눈초리를 받기 시작합니다. 실제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창한 세계화가 이 세상을 부자와 빈자만 존재하는 사회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부작용을 비판한 ‘세계화의 두 얼굴’ ‘세계화의 덫’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요. 그런 목소리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가 2011년입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가 벌어졌죠.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시장과 금융의 탐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드높았습니다.
현재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유령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고 전 세계가 다 따라가야 할 형편입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맞부딪친 글로벌 경제의 구세주가 되어줬던 신자유주의가 다시 한 번 해법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이 와중에 한국에서는 윤석열정부의 Y노믹스가 본격화되면서 ‘신자유주의가 되살아났다’는 평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다만 경제위기는 사회의 약한 고리부터 공격합니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고통받는 것은 가처분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이고, 경제 불황이 닥치면 다시 한 번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짠테크’와 ‘근로의 재발견’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는 것이 전혀 ‘쌈박’하거나 ‘트렌디’하게 느껴지지 않는 작금의 시절에 ‘Y노믹스에 불평등 해소와 관련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새겨들음직합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또 한 번 양극화가 심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결코 한국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음을 누구나 다 알기 때문입니다. 매경이코노미가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돌아온 신자유주의’에 대해 꼼꼼히 뜯어본 이유입니다.
[김소연 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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