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重 로켓과 한국 누리호

임상균 2022. 6. 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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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日 발사체 상업화에 이용된 韓 위성..로켓 없는 설움
30년 뒤처진 우리 우주 산업..해법은 민간 활력
10년 전 일이다. 2012년 2월, 일본 최대 중공업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이 도쿄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나고야에 있는 도비시마 공장으로 초대했다.

이 공장에서는 한국의 다목적 위성인 ‘아리랑 3호’를 싣고 우주로 올라갈 발사체인 ‘H-2A 21호’를 제작하고 있었다. 사실 도비시마 공장은 일본 군수 산업의 핵심이다. 1공장에서는 전투기를 포함한 항공기가 제조된다. 2공장에서 만드는 발사체는 맘만 먹으면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전략무기다. 그런 곳을 한국 언론에 공개하는 게 의아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부사장급인 우주사업부장이 특파원들을 직접 맞이했다. ‘H-2A 21호’는 웅장했다. 이미 1단과 2단 로켓의 조립은 끝난 상태였고, 인공위성을 넣을 3단 로켓만 남아 있었다.

‘H-2A 21호’는 H-2A라는 로켓의 21번째 제작품이었다. 일본은 1994년 100% 자국 기술로 만든 로켓인 ‘H-2’의 실용화에 성공했고, 2001년 개량형인 H-2A를 선보였다. 이후 20차례 발사를 시도해 19번 성공한 로켓이었다. 그동안 자국 위성만 싣던 일본 정부는 21호부터 해외 위성 탑재를 허용했다. 첫 번째 손님이 한국 아리랑 3호였다. 일본이 러시아와 경쟁 끝에 절반 가격을 제시해 수주에 성공했다.

“로켓 발사 횟수를 꾸준히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적자를 보면서도 아리랑 3호를 유치한 이유에 부사장은 솔직히 답했다.

그제야 군수 공장을 공개하면서까지 타국 언론에 자국 로켓 산업을 소개하려는 목적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은 로켓 개발 단계를 뛰어넘어 민간이 맡아 수출 산업으로 키우는 단계에 와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싼값에 위성을 올리게 됐다며 좋아했지만 일본은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해 의도한 헐값 수주였다. 한국 특파원들은 일본 로켓 산업의 가성비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메신저였다. “이용당한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발사체 기술이 없던 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나고야에서 자존심 상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벅찬 마음으로 성공 장면을 지켜봤다. 하지만 앞날을 내다보니 막막하다.

일본은 첫 발사 성공부터 20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해외에서 돈을 버는 수출 산업으로 키워냈다. 이미 10년 전 일이다. 한국은 30년이 뒤처진 셈이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H-2A 21호 맨 앞부분인 3단 로켓은 탄소섬유로 제작됐다.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쇠보다 강하다는 재질이다. 10년 후에 만들었는데도 누리호의 같은 부분은 여전히 알루미늄이라고 한다. 이번 누리호 발사 비용이 총 2조원이다. 미국은 한 번 쏘는 데 873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경험, 기술력, 경제성 어디를 봐도 우주 선진국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이를 최단 시간에 만회할 방법은 민간 활력밖에 없다. 우리 기업에는 반도체, 전자, 자동차, 조선, 화학 등 모든 제조업에서 일본을 추월한 경험과 비결이 축적돼 있다.

“정부는 기술 확보에 만족할지, 수출 산업으로 키울 건지 목표부터 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답이 보입니다.” 한국 로켓 산업이 시간을 단축할 방법이 없냐는 물음에 미쓰비시중공업 부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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