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미래지향" 기시다 "더 건강한 관계"..연이틀 만난 두 정상

권호 2022. 6. 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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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처음으로 대면했다. 양국 정상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8시 30분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주최한 환영 갈라 만찬에 참석해 3~4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 다가와 “대통령 취임과 지방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도 참의원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며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ㆍ일 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감사하다”며 “윤 대통령이 한ㆍ일 관계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ㆍ일 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했다. 양 정상은 더 "미래저향적이고 더 건강한 한일 관계"를 언급했다. 사진은 만찬장에서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와 악수하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양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3월 11일, 기시다 총리와 15분간 전화통화를 했고, 취임식 때인 지난달 10일에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윤 대통령에게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이번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ㆍ일 양국은 정상 간 첫 만남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를 두고 협의를 이어왔다. 내달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국내 사정상 당장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양자 회담은 미루는 것으로 일찌감치 정리됐다. 풀 어사이드(pull asideㆍ약식회담) 개최 여부 등을 놓고 의견이 오간 끝에 양국 정상이 가벼운 환담을 하는 방식으로 정리됐고, 이날 저녁때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한 것이다.

환담 수준이었지만, 첫 만남에서 ”미래지향적“(윤 대통령), ”건강한“(기시다 총리) 한ㆍ일 관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이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양 정상의 관계 개선 의지 속에 내달 10일 치러지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일본강점기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역사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갈등 이슈의 매듭을 풀어갈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9일에도 대면을 이어갔다. 양 정상을 비롯한 앤서니 노먼 알바니지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의 나토 아시아ㆍ태평양 파트너국(AP4) 정상회동이 이날 정오에 열렸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대면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각 정상은 나토와 AP4 간의 협력 방안, 인도ㆍ태평양(인ㆍ태) 지역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AP4 정상 간의 회동이 열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개최 여부는 이날 오전에야 확정됐다. 각 정상의 일정이 워낙 빠듯했던 데다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4개국 정상이 만나 별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논의해봐야 한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유에서다. 회담이 아닌, ‘회동’으로 만남이 규정된 것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담이 아닌 회동 형식으로 만나게 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초청국들이 함께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만남이라 정상 회동이라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일본은 AP4 정상 간의 만남을 격식과 틀을 갖춘 정식 회담으로 열자는 입장이었다. 인ㆍ태 지역의 중심국가로, 이 지역 논의를 이끌어간다는 이미지를 원했는데, 그러는 편이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오간 끝에 상견례 성격의 회동으로 정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30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어 역내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한미일 3국간 북핵 공조 강화와 경제 안보 전략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된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에서 다시 대면할 예정이다. 3국 정상 회담은 2017년 9월 이후 4년 9개월만으로,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핵실험 등 북한 관련 이슈가 핵심 의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국 정상이 당면한 지역 및 글로벌 문제 대응 과정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 등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한ㆍ미ㆍ일 간의 협력이 긴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3국 정상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와 북핵과 미사일 대응을 위한 3국 간의 안보 협력 수준 높여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할 예정이다.

마드리드=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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