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업적 내는 첫걸음" 한국의 창조정신 일깨운 얼굴들
제13회 홍진기 창조인상 시상식
“처음에 다들 나노미터 수준의 가공은 한국에서 어렵다며 말렸지만, 이건 내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난 9년간 연구해왔습니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20~30년 뒤 이 상을 받은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린 제13회 홍진기 창조인상 시상식에서 과학기술 부문 상을 받은 노준석(41) 포항공대 교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노 교수는 ‘투명망토’로 대표되는 첨단 메타물질의 나노공정과 생산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공학자다. 노 교수는 “메타물질은 저의 지도교수를 비롯해 많은 선대 과학기술인들이 연구해온 분야”라면서도 “메타물질이 과학에 멈춰있지 않고, 대량생산을 통해 일반인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술로 발전시켜보고 싶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과학기술 부문]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ㆍ기업ㆍ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한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전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과학기술ㆍ사회ㆍ문화예술의 3개 부문으로 나눠 매년 시상했는데, 올해는 특별상을 추가해 4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회부문 수상자인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과 그의 음악을 기리는 데서 출발해 남도의 작은 도시 통영을 국제적인 음악도시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이상 선생의 장녀 윤정씨와 통영국제음악제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의 이용민 대표는 “지난 20년은 지역 클래식 음악, 현대음악, 그리고 윤이상이라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인물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러가지 한계를 극복해온 과정이었다”며 “이번 창조인상은 남과 북, 동과 서의 접점을 음악ㆍ예술로 찾아간 점에 주목해 격려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 부문] 통영국제음악제
문화예술부문 수상자인 안톤 허(41) 번역가는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 국제부문에 올해 최종 후보로 지명된 정보라의 단편소설집 『저주 토끼』 등을 번역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한국인이 영어로 번역한 작품이 최초로 세계적인 문학상의 주목을 받았다. 허 번역가는 “창조인상의 후보가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도 얼떨떨했다”며 “번역을 창조 행위로 봐준 그 큰 의미를 마음 속 깊이 받아들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화예술부문] 안톤 허 번역가
창조인상 심사위원장인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홍진기 선생은 ‘창조’의 가치를 강조하지 않았던 시대에 창조력의 가치를 높게 보시고 젊은이들을 지원하셨던 선구자셨다”며 “수상하신 분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혁신과 창조를 이끄는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별상] 이홍구 전 국무총리
가족 대표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겸 중앙화동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처음엔 귀에 생소하게도 들렸던 창조인상이란 이름을 지금까지 지켜주신 이어령 선생님이 연초에 돌아가시게 돼 우리 모두 깊은 애도의 마음을 갖게 된다”면서 “이번 수상이 앞으로 거대한 창조적 업적을 내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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