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연기 칭찬 쏟아졌다..인생캐 만난 수지 "좀 낯설다"
“대본을 보면서 심장이 뛰었거든요. ‘이거 내가 해야 될 것 같은데?’ 하면서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에서 타이틀 롤을 연기한 배우 수지가 2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작품 공개 전 제작발표회에서부터 “이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수지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안나’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일단 결정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만들자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4일 공개된 ‘안나’(6부작)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이름부터 학력·가족관계·과거 등을 모두 거짓으로 꾸민 채 살아가게 된 ‘유미’라는 여자의 인생을 그린 드라마다. 아직 1·2화 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지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칭찬 내꺼 같지 않아…너무 기뻐하고 싶지 않다”
이같은 호평에 대해 수지는 “칭찬을 받아본 적이 많이 없어서 좋은 기사들이 나오니까 너무 좋다”면서도 “좀 낯설다. 연기 호평은 처음이라서 ‘제 것 같다’는 기분이 없는 것 같다. 이거에 너무 기뻐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제 선택이나 촬영 기간에 대해 보상받는 느낌이라 좋다”고 말했다.
극 중 유미는 타고난 외모와 재능은 뛰어나지만, 가난한 집안과 주변 어른들의 배신 등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결국 자신이 일하던 편집숍 주인 현주(정은채)의 여권과 학위증을 훔쳐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런 유미의 모습은 자칫 공감받기 힘들 수도 있었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선 ‘유미가 불쌍하게 느껴진다’ ‘유미를 응원하게 된다’는 반응이 많다. 수지는 “감독님과 이 드라마가 ‘유미가 잘했나, 잘못했나’에 대한 얘기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다. 그보다 그냥 한 여자의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며 “유미가 나빠 보이지 않고 공감 가게 하려면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수지가 잡아낸 키워드는 ‘불안’이었다. 그는 ‘리플리 증후군’을 소재로 한 기존 작품들과 ‘안나’의 차별점에 대해 “‘리플리 증후군’은 자기 자신까지 완벽하게 속이는 것이지만, 유미는 마음 속으로 거짓말이 들킬까봐 엄청나게 불안해한다”며 “그래서 이 작품은 너무 거짓말을 잘하는 여자의 얘기가 아니라, 어쩌다가 거짓 인생을 살게 됐지만 불안감을 많이 갖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유미의 불안을 잘 표현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안에는 ‘유미’ 있다”
유미가 겪는 고난과 불안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수지는 “유미와 제 삶이 물론 다르지만, 유미를 연기하면서 저를 많이 돌아보기도 했다. 특히 버스 터미널에서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인사하는 장면에서는 연습생 시절 (고향인) 광주와 서울을 고속버스로 왔다 갔다 했던 때가 생각나 기분이 이상했다”며 “우리는 모두 내면에 유미가 있는데, 제 안의 유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돌이켰다.
수지는 남은 회차들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도 “현주를 다시 마주치면서부터 유미의 엄청난 불안이 시작된다”며 “치욕스러움을 겪다가 결국 환멸감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거짓말을 해왔는지 본 목적도 까먹고 부질없음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10년째 ‘국민 첫사랑’, “너무 좋다…연기에 스며들어”
유미는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 이미지가 강했던 수지가 배우 경력 10여 년 동안 연기한 가장 어두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수지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한 경험에 대해 “희열을 느낀 순간이 아주 많았다”며 “애드립으로 욕을 좀 많이 하기도 했고, 유미의 감정에 집중하고 싶어서 기분 나쁜 표정으로 현장에 있었는데, 그런 데서 희열이 느껴지더라. ‘나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네?’ 하면서 저를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의도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저는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을 너무 좋아해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웃으며 말한 뒤, “다만 제게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계속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덧붙였다.
가수로 데뷔했고, 처음엔 연기할 생각도 없었다는 수지는 ‘연기의 매력을 느낀 터닝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는 “천천히 스며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좋은 작품과 좋은 현장, 좋은 동료들을 만났던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이따금 한 번씩 느껴지는 희열, 자극 같은 게 예전엔 부담이었다면, 이제는 기분 좋은 부담감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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