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ㆍ일 나토 참석에 총출동 비난전 "패거리로 민심 못 얻어"
중국 당국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겨냥해 전날에 이어 또 공개 비판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근년 들어 나토가 지역과 영역을 넘어 집단 대결을 고취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고도로 경계하고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가 나토 정상회담에 한·일 정상이 처음으로 참석한 데 대해 ‘아시아판 나토’라고 비난한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로이터 기자에 답하면서다. 자오 대변인은 “냉전 사고를 고수하고 집단 대항을 추진하며 패거리와 소그룹을 만드는 것은 민심을 얻을 수 없고,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유럽과 미국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왕이 부장은 28일 이임하는 니콜라스 샤퓌 주중 유럽연합(EU) 대사를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만나 “중국과 유럽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라며 “특히 제도적 라이벌은 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9일 개막하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전략개념’을 수정하면서 중국을 ‘제도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려는 데 대한 유럽의 반대를 촉구한 외교적 수사로 풀이된다.
유엔에서도 중국은 반발했다. 장쥔(張軍) 주유엔대표부 중국 대사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중국은 일부 세력이 나토의 촉각을 아·태로 뻗치도록 선동하는 데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토의 몇몇 지도자는 말끝마다 타국을 위협하고, 실제로도 나토가 세계 곳곳에서 말썽을 일으킨다”면서 “군사동맹에 의지해 ‘아시아·태평양판 나토’를 규합한다”고 주장했다.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는 29일자 사설에서 중국 고전 ‘맹자(孟子)’의 문구를 인용해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의 나토 회담 참석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선현 맹자는 ‘군자는 위험한 담장 옆에 서지 않는다(君子不立于危墻之下·군자불립우위장지하)’고 했다”며 “나토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담벽”이라고 주장했다. ‘맹자’ 진심(盡心)편의 “운명(命)이 아닌 것이 없으니 바른 것을 순응해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운명을 아는 자는 넘어지려는 담장 아래 서지 않는다(不立乎巖牆之下·불립호암장지하)”는 구절에 나오는 곧 무너질 담장을 나토에 비유했다. 이른바 중국이 자리한 동양은 뜨고 미국의 서양은 저문다는(東昇西降·동승서강) 논리의 새로운 표현인 셈이다.
신문은 “나토의 아·태 확장에 영합하는 것은 늑대를 집으로 부른 것과 다르지 않다”며 “만일 나토와 친하게 지내며 자기도 모르게 냉전의 화근을 아·태로 끌어오는 것은, 술은 마셨지만 자기는 음주 운전자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환구시보는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를 비판하는 칼럼도 별도 게재했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가치관 외교는 세계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요인이지 결코 무슨 ‘복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치관 외교는) 국가 이익의 전체적인 인식을 모호하게 하고 비이성적인 정책을 촉진한다”면서 한국의 민주·자유 구호가 구체적인 외교 정책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한편 중국은 나토에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빙(陳冰) 선전(深圳)위성방송 특약 평론가는 28일 “유럽이 중국과 관계를 처리하는 주요 기관은 유럽연합이지 나토가 아니다”라며 “경제와 무역, 다른 영역의 협력을 이용해 나토의 유럽 회원국이 ‘인도·태평양’ 안보 영역으로 손을 뻗치지 못하도록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토 내부의 친중 세력을 돕는 분리 대응을 촉구한 셈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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