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해경 번복에 尹안보실 개입" 역공에, 대통령실 "정치공세"
문재인 정부 때 일어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사망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진실 공방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주 “이씨를 월북자로 규정한 해양경찰청의 수사 결과 발표에 문재인 정부가 개입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코너로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29일 “해경이 2년 전 수사 결과를 갑자기 뒤집은 배경에 대통령실이 관여한 정황이 있다”며 역공에 나섰다. 여기에 대통령실과 해경이 “수사 결과와 관련한 지침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동시에 부인하면서 논란은 지속할 분위기다.
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TF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경이 이씨의 월북 판단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수차례 토의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9월 해경은 이씨의 표류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주장했지만, 2년 후인 지난 16일 “자진 월북의 증거가 없었다”며 결론을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안보실이 관여했다는 것이 민주당 TF의 주장이다.
TF 단장인 육군 대장 출신의 김병주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해경이 최종입장을 발표하는 회견문을 6월 초부터 만들었다”며 “3주 동안 (안보실과 의견이) 왔다 갔다 했다는 것은 (안보실이) 깊게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TF는 해경과 함께 국방부가 이씨의 월북 의사를 번복한 이유 역시 안보실의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주 의원은 “해경에 ‘어떻게 기자회견을 국방부와 같이 하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해경은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다리를 놨다’고 답변을 하더라”며 “TF는 현재 대통령실 안보실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국방부 장관, 해경청장 등의 보고를 받아 (실체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주장에 대통령실과 해경은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해경 수사나 입장 번복에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을 거듭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또 “야당이 할 일은 무분별한 정치공세가 아니라 집권 시절,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 대통령기록물 공개 등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씨 사망 전후의 청와대 회의록이 포함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라고 야당에 촉구해왔다. 대통령기록물은 국회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만 열람할 수 있다.
해경 관계자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설명을 했지만 수사 결과와 관련한 지침을 받은 적은 없다”며 민주당 주장을 반박했다.
진실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고인의 형인 이래진씨는 2년 전 사건 당시 월북을 인정하라는 민주당의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이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저에게 처음에 ‘중요한 첩보가 있으니 (동생의) 월북을 인정하라’는 식이었다”며 “‘국가가 (직접) 보상 해주냐’고 물으니 ‘기금을 조성해서 해주겠다’더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민주당 TF 위원인 황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번 사건이)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월북을 인정하면 뭘 해주겠다는 이런 얘기는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논평까지 내놓으며 이래진씨를 지원 사격했다. 신주호 부대변인은 이날 내놓은 논평에서 “월북을 인정하면 기금을 조성해주겠다는 회유가 공당으로서 할 일인가”라며 “왜 회유까지 하며 ‘월북’으로 결과가 나와야 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민주당의 사과도 촉구했다.
지난주부터 해경,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등을 방문하며 진상 조사에 나선 국민의힘 TF는 외교부를 찾아 “사건 당시 외교부가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패싱’ 당했다”고 주장하며 강공을 이어갔다. TF 단장인 하 의원은 이날 외교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외교부가 중국 외교부에 이씨의 실종 사실을 알린 것은 이씨가 실종(2020년 9월 21일)된 지 한참 뒤인 2020년 9월 27일”이라며 “청와대나 관련 부처가 정보공유를 안 해 외교부가 마땅히 해야 할 국가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이씨 사망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3차례에 걸쳐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소집했지만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참석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9월 24일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강 장관이 관계장관 대책회의에 자신을 부르지 않은 것에 항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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