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존재감 탓? '50일 공석' 검찰총장 후보 구인난

김철웅 2022. 6. 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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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검찰총장 임명이 50일 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총장 공석 상태가 역대 최장 기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는 총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들을 물밑 접촉하고 있지만, 인사검증을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정부 출범 51일째인 29일에도 총장 후보군을 3명 이상으로 압축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추천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아직 비당연직 추천위원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여러 분야에서 덕망 있고 중립성 시비가 없을 만한 인사를 모시려고 한다. 최대한 속도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하지만 역대 첫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마음에 차는 후보를 찾지 못해 추천위 소집 등 공식 인선 절차를 개시하지 못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출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추천위는 당연직 5명, 비당연직 4명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법무부 검찰국장 등 보직에 따라 정해져 있는 당연직과 달리 비당연직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원하는 ‘총장 내정자’를 확정하는 대로 추천위원장을 포함한 비당연직 4명을 인선하고 공식 추천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MB말 한상대 사퇴 '공백' 124일 기록…정부 출범일 기준 최장


당장 추천위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해도 역대 정부 통틀어 검찰총장 임명이 가장 늦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6일 김오수 전 총장 퇴임을 기준으로 검찰총장 공석은 55일간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총장이 4월부터 사의 의사를 밝힌 점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검찰 수뇌부 공백은 3달째다. 여야가 바뀌는 정권 교체기 정부가 검찰총장 임명이 지연된 전례를 감안해도 너무 늦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총장 임명 전 공백기가 가장 길었던 사례는 박근혜 정부의 채동욱 초대 총장 때였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총장이던 한상대 전 총장이 2012년 12월 3일 대검 중수부 폐지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검란’)로 대통령선거 직전 중도 사퇴함에 따라 후임인 채 전 총장이 이듬해 4월 4일 취임하기까지 124일이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취임일(2013년 2월 25일)을 기준으로 새 정부 초대 총장 임명은 3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추천위가 구성되면 총장 취임까지 통상 2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추천위가 활동을 시작해도 채 전 총장 사례에 근접한다. 9월 이후에야 새 총장을 볼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실세' 한동훈 장관 존재감에 선배들은 총장 후보 거절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나는 데도 유력 총장 후보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상황을 놓고 실세 법무부 장관(한동훈)의 존재감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력 후보군에 속한 이들이 인사검증 절차부터 거절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법무부는 주로 사법연수원 21기~23기 검사 출신 인사들을 접촉해 인사검증 동의 요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직 검사보다는 외부 인사에 무게 중심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총장으로서 모셔야 하는 한 장관의 연수원 기수(27기)가 낮은 편이고, 실세 장관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인난이 심화됐다는 평가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인사도 장관 주도로 마무리했는 데 후보들 입장에선 '가서 할 게 없겠구나' 느낄 만한 상황"이라며 “한 장관의 존재감이 강한 만큼 총장 자리가 선뜻 내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27일 “추천위 구성이 이미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스케쥴이 다 진행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해명했다. 한 장관은 “특히 정권교체기 과거 정부의 경우, 총장뿐 아니라 장관이 없는데도 검사 인사를 한 적이 있다”며 총장 공석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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