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세계화의 체제적 위험성과 정치적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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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개방과 자유화라고 하는 경제적 세계화를 추구해 왔다.
경제안보의 추구가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세계화가 야기하는 '체제적 위험성'과 '정치적 위험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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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개방과 자유화라고 하는 경제적 세계화를 추구해 왔다. 하지만 현재 국제경제의 주요 쟁점은 경제적 세계화에서 경제안보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세계화를 추동해 온 가장 바탕이 되는 사회적 목적이 효율성이었다고 하면 경제안보의 목적은 안정성이다. 효율성이 아닌 안정성을 강조하는 경제안보가 국제정치경제의 핵심적인 쟁점으로 등장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세계화로 인해 심화된 경제적 상호의존이 정치적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야기된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때문이다. 경제안보시대의 등장은 세계화가 가져다 주는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화가 야기할 수 있는 경제적 위험성을 억제하는 것 역시 경제외교의 핵심적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화로 인해 심화된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효율성을 증가시켰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교란적 사건에 의해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도 증폭시켰다. 경제적 세계화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을 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과제다. 하지만 경제안보의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자칫 ‘탈세계화(deglobalization)’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즉 안정성을 목표로 하는 경제안보가 세계화가 가져다주는 효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방식으로 추구돼서는 안 된다.
경제안보의 추구가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세계화가 야기하는 ‘체제적 위험성’과 ‘정치적 위험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체제적 위험성은 세계경제의 통합에 따른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야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에 반해 정치적 위험성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하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성이다. 체제적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자급자족적 경제체제의 형성이라고 하는 비현실적인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체제적 위험성은 제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협력에 의해서 관리돼야 하는 문제다. 이에 반해 정치적 위험성은 상호의존성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세계경제를 재편하는 문제다.
세계경제의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의 경제안보를 추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 역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외교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경제안보의 문제가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을 막는 것 역시 한국의 국익을 담보하는 일이다. 현재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등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제적 위험성은 상당 부분 세계화라고 하는 국제경제질서의 특성에서 발현되는 체제적 위험성이지 특정한 국가가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발생하는 정치적 위험성이 아니다. 따라서 세계화의 체제적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문제도 경제안보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정부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심화에 따른 체제적 위험성의 문제와 상호의존성의 정치적 무기화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위험성의 문제를 구분해 경제안보시대에 다자주의 외교와 동맹외교를 동시에 수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재환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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