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선천적으로 없어도 인공와우로 청력 개선 가능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2. 6. 2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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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봉직 교수, 최병윤 교수 /세종충나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이 없어 청각장애가 있더라도, 인공와우를 이식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인공와우 이식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김봉직 교수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최병윤 교수 연구팀은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공와우 이식술의 장기 성적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그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의 인공와우 전극 삽입 시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달팽이관(와우)은 태아기 때 형성되며 유전이나 약물 또는 다른 기전에 의해 달팽이관에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기형이 심하지 않으면 보청기 치료를 진행하지만, 심할 경우 보청기로 소리를 증폭시켜도 들리지 않는다. 이 경우, 청신경에 직접 자극을 줘 말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소리가 들리게 하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환자는 인공와우 전극이 삽입되는 달팽이관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와우 이식술은 무용지물이었고, 청력과 언어발달 장애가 불가피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2012년부터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에게 인공와우 전극을 달팽이관 옆에 있는 전정기관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도했다.

이식 후 장기 추적 결과, 연구팀은 수술의 효과성이 달팽이관에 삽입하는 일반적인 인공와우 이식술과 동등한 수준인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전정기관에 인공와우 전극 삽입 가능성과 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와우전정신경의 상태를 검사한 후 환자별 최적의 전극 위치를 찾아 인공와우를 삽입했다. CAP 스코어(Categories of Auditory Performance), 단어/문장 인식, 발음 등에 대해 평균 6년간 추적관찰을 통한 청력 검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환자 6명 모두 수술 후 4년 이내에 짧은 문장은 입 모양을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 CAP5를 달성했고 3명은 최고 수준의 청취 능력 등급이자 통화까지 가능한 CAP7을 받았다. 환자들은 수술 후 3년 이내에 단어와 문장 인식, 발음에서 절반 이상을 인식할 수 있었고, 7년 이내에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은 기형 없는 환자와 같은 수준으로 호전됐다.

이번 연구결과대로라면, 앞으로 달팽이관이 없는 환자라도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하고 추적 관찰한다면, 청력을 지키고 언어발달 장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 대상 인공와우 이식술의 효과성을 입증했고 성공적인 인공와우 이식술을 하기 위해서는 와우전정신경 상태와 수술 중 전기적으로 유발된 복합활동 전위를 고려해 전극을 이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김봉직 교수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유발하는 주된 난청 유전자가 ‘GREB1L(growth regulation by estrogen in breast cancer 1-like)’라는 것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달팽이관 무형성증은 달팽이관의 기형 중 가장 심한 증상이지만 어떠한 유전자가 관련 증상을 일으키는지 밝히는 연구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교수팀은 분자유전학적 진단을 활용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시행된 인공와우 이식술 421례를 분석한 결과,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60%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고 이 유전자는 우열·분리·독립의 법칙 같은 멘델 법칙을 따르지 않는 유전양식을 갖는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의 검사 결과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와우전정신경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환자는 전정기관에 인공와우 전극을 조기에 이식받아 청력과 언어발달의 문제 없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봉직 교수는 “GREB1L 유전자의 변이는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포함한 난청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이비인후과 분야 SCI급 국제학술지인 '임상 이비인후과학'(Clinical Otorhinolaryngology), '임상과 실험 이비인후과학'(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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