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 못 알아먹는 경찰청 성범죄 피해자 상담 챗봇..'무용지물'

오규민 2022. 6. 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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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도입된 경찰청 성범죄 피해자 상담 챗봇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챗봇을 설계한 서울대 이준환 교수팀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들이 다른 범죄에 비해 사회적 낙인을 이유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챗봇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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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6억 투입 올 1월 첫선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 못해
장애시 연락처는 "없는 번호"
올해 1월부터 경찰청 성범죄 피해자 상담 챗봇이 도입됐지만 챗봇과 '자연스러운' 대화는 어려웠다./사진=경찰청 안전dream 갈무리

"성추행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번 더 쉽게 말해주실 수 없나요?"

올해 1월부터 도입된 경찰청 성범죄 피해자 상담 챗봇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챗봇에게 "직장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관할서에 신고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다르게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답했다.

간단한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했다. "성폭력을 당했습니다"라는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상담자가 챗봇과의 대화를 시작한다고 답을 하면 정해진 질문을 클릭하며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다.

또한 챗봇 장애 시 연락처가 기재돼 있지만 실제 통화를 시도하니 ‘없는 번호’로 나왔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28일 오후 경찰 측은 "담당자가 변경되면서 생긴 문제여서 조치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사이트에는 바뀐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

올해 1월부터 경찰청 성범죄 피해자 상담 챗봇이 도입됐지만 운영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챗봇 장애시 연락처는 '없는 번호'로 나오기도 했지만 본지 취재가 시작된 후 연락처가 변경됐다./사진=경찰청 안전dream 갈무리

경찰청 성범죄 피해자 상담 챗봇 도입은 경찰청 연구발전담당관실에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억6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과제로 추진된 사업이다. 챗봇을 설계한 서울대 이준환 교수팀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들이 다른 범죄에 비해 사회적 낙인을 이유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챗봇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챗봇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다 정해진 시나리오 특정 부분에 연결되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설계 과정에서 자유발화 기능 등을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정보제공 목적을 가지고 챗봇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출시돼 성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루다’ 챗봇 사례를 들어 "(자유발화 기능을 넣을 경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2차 피해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판례 수집 등 정보제공 쪽으로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챗봇 개발을 담당한 솔트룩스 관계자는 "(경찰청 성범죄 피해자 상담 챗봇은) 행정안전부 국민비서 서비스와 통합될 예정이며, 경찰청 요구에 따라 제한적으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며 "(자유발화 기능은) 연구개발 당시 상담 보조 목적으로 구현된 기능이었지만 추후 고도화를 통해 서비스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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