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 무기화에 뜨거운 감자된 네덜란드 흐로닝언 가스전
60년간 개발 과정에서 수백건 지진 발생..주택 80% 피해 입어
뤼터 총리 "생산 확대는 최후 수단"..주민은 "러 저지 위해 희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 전략에 네덜란드 정부의 흐로닝언 가스전 폐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흐로닝언은 유럽연합(EU) 최대 규모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가 EU에 공급하는 가스량 3년치를 대체할 수 있는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내년 10월까지 흐로닝언 가스전을 폐쇄할 계획이다. 지난 약 60년간 가스전을 개발하면서 흐로닝언 지역에서 지진이 수백건 발생해 주민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흐로닝언 가스전은 1959년 발견돼 1963년부터 가스 생산을 시작됐다. 흐로닝언 지역에서 지진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부터다. 지진 규모가 크지 않았기에 초기에는 네덜란드 정부가 지진 피해를 무시했다. 하지만 갈수록 지진 발생 빈도가 늘고 규모도 커졌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2013년 단계적인 감산을 결정했다.
2013년 당시 흐로닝언 가스전의 생산량은 540억㎥에 달했다. 현재 네덜란드의 연간 소비량 400억㎥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예상되는 생산량은 46억㎥에 불과하다.
가스 가격이 오른 만큼 흐로닝언 가스전의 가치도 올랐다. 현재 추산되는 흐로닝언 가스전의 경제적 가치는 4500억달러에 달한다. 가스전 생산을 늘리면 네덜란드는 가스난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이익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탄소중립 계획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흐로닝언 가스전 생산 확대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EU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가스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흐로닝언 가스전 문제를 결코 논의하지 않겠다며 극단적인 경우에만 흐로닝언 가스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흐로닝언 가스 생산을 늘리라는 요구가 있지만 흐로닝언에서 생산할 수 있는 400㎥는 가스 가격을 낮추기에 충분한 양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대폭 줄인 뒤 흐로닝언 가스전 생산 확대가 아닌 석탄 화력발전 사용을 늘리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흐로닝언 주민들의 입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가스 생산 확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자신들이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설문조사에서는 흐로닝언 주민의 3분의 2가 가스 생산 확대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설문에서는 80%가 넘는 네덜란드 국민이 러시아 가스 수입 중단에 찬성했다. 흐로닝언 주민들은 러시아 가스를 흐로닝언 가스로 대체해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흐로닝언 지역 주택 80%가 지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이 신청한 지진 피해 보상 요구 건수는 16만건이 넘는다.
네덜란드 정부가 감산을 결정한 뒤에도 흐로닝언 지진 발생은 계속됐다. 2017년에는 지진 발생 횟수가 100건에 육박했고 최고 리히터 규모는 3.6을 기록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가스전 생산이 중단돼도 지진이 최소 10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흐로닝언 주정부와 가스전 개발업체 NAM이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지불한 보상비는 지금까지 약 15억유로에 달한다. 향후에도 주택 재건 비용 등 보상비가 수십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NAM은 로열더치셸과 엑손모빌의 합작사다.
흐로닝언 가스전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면서 지난 27일 시작된 네덜란드 의회의 흐로닝언 가스전 관련 공청회도 주목받고 있다. 공청회는 이번주 내내 이어지고 의회 휴회 기간을 거친 뒤 다시 6주간 이어질 예정이다. 의회는 흐로닝언에서 가스를 생산한 뒤 지역에서 지진이 늘어난 이유와 지진 피해 책임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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