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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석 2022. 6. 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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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2번 제한 상영가 등급 받았던 <악마를 보았다>

[양형석 기자]

지난 15일에 개봉한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이종석 주연의 < 마녀Part2. The Other One >은 '초인 액션물'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CG와 특수효과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만큼 제작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마녀2> 역시 전편의 65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9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영화에서 제작비가 올라간다는 것은 손익분기점(매출액과 비용이 일치하는 지점)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9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마녀2>의 손익분기점은 230만이었던 1편보다 약 30만이 줄어든 200만으로 정해졌다. <마녀2>의 손익분기점이 당초 예상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개봉 전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 등 해외 124개국에 '선판매'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5일까지 국내에서 209만 관객을 동원한 <마녀2>는 개봉 11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마녀2>의 연출과 각본, 제작에 모두 참여한 박훈정 감독은 2011년 <혈투>로 데뷔해 지금까지 7편의 영화를 연출한 중견감독이 됐다. 박훈정 감독은 자신이 연출하는 영화 대부분의 각본을 직접 쓰는 감독으로도 유명한데 박훈정 감독은 감독 데뷔 전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기억하는 '작가 박훈정'의 시나리오 데뷔작은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끔찍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악마를 보았다>였다.
 
 김지운 감독의 6번째 장편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프로 시나리오작가' 박훈정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했다.
ⓒ (주)쇼박스
 

<신세계>-<마녀> 감독, 시나리오 작가이던 시절

지금이야 글 잘 쓰는 감독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박훈정 감독은 전문적으로 영화를 공부한 적은 없었다. 고교시절 모범생이었던 박훈정 감독은 졸업 후 의대에 진학했지만 의학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군에서 부사관을 지원해 중사로 전역했다. 군복무를 하는 사이 대학에서 제적을 당한 박훈정 감독은 많은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2010년 드디어 <악마를 보았다>가 김지운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2002년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과 더불어 비위가 약한 관객들이 가장 보기 힘든 영화로 꼽히는 <악마를 보았다>는 최민식과 이병헌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전국 180만 관객으로 예상만큼 큰 흥행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같은 해 박훈정 감독이 각본을 쓴 또 하나의 영화 <부당거래>가 270만 관객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박훈정 감독은 그 해 청룡영화상에서 시나리오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았다.

두 편의 영화로 스타 작가가 됐지만 연출에 욕심이 있었던 박훈정 감독은 2011년 <혈투>를 만들며 감독으로 데뷔했고 두 번째 작품이었던 <신세계>가 전국 46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일약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2015년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 <대호>가 전국 170만, 2017년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이 출연한 < V.I.P >가 130만 관객에 그치며 스타감독의 명성에 금이 가는 듯했다.

<대호>와 < V.I.P > 실패 이후 와신상담하던 박훈정 감독은 1500:1의 경쟁률을 뚫은 '괴물신인' 김다미를 전면에 내세운 초인 액션물 <마녀>를 선보였다.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누아르 액션의 대가'로 화려하게 재기한 것이다. 박훈정 감독은 곧바로 <마녀2>를 준비했지만 전편의 배급사였던 워너브라더스가 한국영화 투자철수를 선언하면서 <마녀>의 속편 제작 계획도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작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엄태구와 전여빈, 차승원 주연의 범죄 누아르 <낙원의 밤>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은 새로운 투자 및 배급사를 만나 <마녀2>를 완성했다. <마녀2>는 1편이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제법 갈리고 있지만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같은 대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개봉 11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돌파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 받는 작품
 
 <친절한 금자씨> 이후 5년 만에 상업영화에 출연한 최민식은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였다.
ⓒ (주)쇼박스
 
김지운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꼽힌다. 1998년 '코믹 잔혹극'을 표방한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김지운 감독은 2000년 직장인의 애환이 담긴 스포츠 코미디 <반칙왕>, 2003년 정통호러 <장화,홍련>, 2005년 액션 누아르 <달콤한 인생>, 2008년 만주 웨스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연출했다. 그리고 2010년에는 끔찍한 하드코어 슬래셔 장르의 <악마를 보았다>를 선보였다.

<악마를 모았다>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 분)과 장경철에 의해 약혼녀를 잃고 복수심에 불탄 국정원 요원 김수현(이병헌 분)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각본을 쓴 박훈정 감독은 인터넷 뉴스 댓글 등에서 본 끔찍한 언어 폭력들을 그대로 시나리오에 표현했고 김지운 감독은 이 중 상당 부분을 직접 화면에 담아냈다. 결국 <악마를 보았다>는 2번이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10분 가까운 장면을 편집한 끝에 간신히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

영화라는 것을 고려해도 보기 불편한 <악마를 보았다>가 의외로 많은 영화 팬들의 극찬을 받는 이유는 역시 두 주연배우의 엄청난 열연 덕분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배우로 주가를 날리다가 <친절한 금자씨> 이후 5년 간 상업영화 출연을 하지 못했던 최민식은 <악마를 보았다>로 컴백해 '괴물' 같은 연기를 선보였다. 최민식은 2010년대 <범죄와의 전쟁>과 <신세계>,<명량> 등을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 최고배우의 명성을 회복했다.

2009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병헌에게도 <악마를 보았다>는 '스타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 도약하는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었다. 김지운 감독의 표현으로 <악마를 보았다>에서 '하얀 악마' 김수현을 연기한 이병헌은 당대 최고의 배우 최민식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특히 모든 복수를 끝내고 새벽거리에서 웃으면서 통곡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병헌 커리어 최고의 연기로 꼽히기도 한다.

<악마를 보았다>는 잔인한 장면들 때문에 여성관객 공략에 실패하며 흥행에서 적잖은 손해를 봤지만 오히려 마니아들과 해외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뒤늦게 명예를 회복했다. 국내 N포털 사이트 네티즌 평점 8.02, D포털 사이트 네티즌 평점 6.8에 머물렀던 <악마를 보았다>는 미국의 평론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81%, 관객점수 87%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뛰어난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상상하기도 끔찍한 인육 먹는 택이 아빠
 
 <응팔>의 택이 아빠를 먼저 본 관객들은 <악마를 보았다>의 태주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 (주)쇼박스
 
장경철은 부모와 가족들마저도 포기할 정도로 혼자서 고립된 삶을 살고 있지만 그에게도 태주라는 친구가 있다. 태주는 고급저택에서 일가족을 살해하고 인육을 먹으면서 그 집에 살고 있을 정도로 잔혹함에 있어서는 장경철을 능가하는 인물이다.

도무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또 한 명의 '악마' 태주를 연기한 배우는 다름 아닌 <응답하라1988>의 택이 아빠, <미스터 션샤인>의 장승구 등 선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최무성이었다.

평범한(?) 국정원 요원이었던 수현이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하게 된 계기는 바로 약혼녀 주연이 장경철의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하필이면 장경철의 동네에서 자동차 바퀴가 고장 난 주연은 장경철에게 납치를 당한 후 수현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장경철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했다.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던 주연 역의 오산하는 작년 뮤지컬 <아모르파티>에 출연했다.

<악마를 보았다>를 끝까지 관람하는데 성공한 관객이라면 납치한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하려던 장경철이 울고 있는 여중생에게 했던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냐?"라는 끔찍한 대사를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여중생을 연기했던 배우 이혜린은 현재 이혜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 2018년에는 이환 감독이 연출한 <박화영>에서 혜린 역과 함께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독립영화를 위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배우 천호진은 강동서 형사과장으로 나오는데 초반 김수현이 용의자들을 한 명씩 처리하는 과정에서 강동서 형사들이 단체로 등장한다. 이 때 형사 무리들 중 구석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고개만 끄덕거리는 막내 형사가 바로 배우 엄태구였다. <악마를 보았다>로 김지운 감독과 인연을 맺은 엄태구는 2016년 <밀정>에서 하시모토 역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배우로서 조금씩 입지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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