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낙농가 몽니에 소비자만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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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우유를 먹는 사람은 감소하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수요와 공급 법칙이 무너진 기이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시유(市乳) 소비는 줄고 원유(原乳) 생산은 과잉인데 이 기간 원유 가격 상승률은 미국이나 유럽의 6배를 웃돈다.
생산비 연동제는 과거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고 낙농가와 유업체가 매년 실시하는 원유 가격 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됐으나 우유가 남아도는 현실과 괴리가 분명 있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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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우유를 먹는 사람은 감소하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수요와 공급 법칙이 무너진 기이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시유(市乳) 소비는 줄고 원유(原乳) 생산은 과잉인데 이 기간 원유 가격 상승률은 미국이나 유럽의 6배를 웃돈다. 현재 원유 가격은 ℓ당 1083원으로 미국(491원), 유럽(470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런데 올해 ℓ당 47~58원의 원유 가격 상승 요인이 추가로 발생했다. 통계청이 매년 5월께 발표하는 농축산물 생산비 조사는 원유 가격 산정의 근거가 되는데, 지난해 ℓ당 우유 생산비가 843원으로 전년 대비 34원(4.2%) 늘었기 때문이다. 낙농용 배합사료 비용과 인건비가 많이 증가했다. 원유의 가격을 생산비의 증감에 연동해 조정하는 현행 생산비 연동제 방식을 취하면 장바구니에 담기는 최종 공산품 가격은 또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원재료 우유 가격이 오르면 치즈·버터·아이스크림 같은 유제품은 물론 커피·빵 등 실생활과 밀접한 식품 가격의 연쇄 인상을 불러온다. 가뜩이나 국내 소비자물가 6%대 상승률 시대를 눈앞에 둔 고물가 상황에서 ‘밀크 인플레이션’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물가를 자극하는 지나치게 비싼 국산 원유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가격 결정 체계가 더 큰 문제다. 생산비 연동제는 과거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고 낙농가와 유업체가 매년 실시하는 원유 가격 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됐으나 우유가 남아도는 현실과 괴리가 분명 있는 정책이다. 정부는 이참에 공급 측면의 가격 인상 요인만 반영하는 생산비 연동제를 용도별 차등 가격제로 손보려고 하는데 변화를 꺼리는 낙농가가 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난감한 처지다. 농가의 기존 소득을 담보하거나 그 이상의 수익을 내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인센티브(157원)를 포함한 원유 가격의 절대 금액(1083원)을 분석하면 경영비(667원)의 1.6배, 생산비(791원)의 1.4배로 외국에 비해 우리 낙농가의 수익률은 높은 편이라서 그들 입장에서는 굳이 새 정책을 반길 이유가 없다.
현재의 낙농산업은 쿼터제,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 보전 등 3대 축으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산 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줄고 수입산 유가공품을 찾는 사람은 느는 소비 행태의 변화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 가격 차이는 커지고 음용유 소비량 감소로 유업체의 국산 우유 구매 여력은 줄면서 원유 자급률은 40%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2026년부터 미국·유럽산 치즈와 시유의 관세가 철폐되면 저가의 유제품 공세에 밀려 국산은 설 자리를 더 잃게 된다. 낙농제도 전반을 개편하려는 이유가 낙농산업을 죽이기 위한 게 아니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규정상 통계청의 생산비 증감액 수치 공개 후 한 달 내 낙농가 단체 소속 3명, 유업체 소속 3명, 학계 인사 1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원유 가격을 정해야 하는데 올해는 기한을 넘겨 하세월이다. 스스로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새로움을 꾀하지 않으려는 나태한 습성을 뒤로 하고 불안한 낙농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 / 김혜원 경제부 차장 kimhye@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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