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씨네] '엘비스' 오스틴 버틀러가 부활시킨 마성의 프레슬리

이이슬 입력 2022. 6. 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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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의 슬기로운 씨네리뷰]
엘비스 프레슬리 전기영화 '엘비스'
바즈 루어만 감독 연출
오스틴 버틀러·톰 행크스 호흡
슈퍼스타의 음악·사랑·인생
진정성 갖춘 쇼 오락 영화의 정석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엘비스 프레슬리(오스틴 버틀러 분)는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나 흑인동네에서 자라난다. 어린 시절 트레일러를 꽉 채우던 독특한 리듬은 평생 귓가에 머무를 정도로 강렬했다. 흑인교회에서 그는 온몸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한다. 엘비스는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다 19세에 지역의 작은 라디오 무대에 오른다. 그는 두 다리와 골반을 격렬하게 흔드는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지역에서 컨트리 음악을 들어온 관객에게 파장을 일으킨다. 여성 관객들은 그의 몸짓에 눈을 떼지 못하면서 동요하는 감정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때 한 관객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음악에 반응하자 일순간 모든 여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를 향해 손을 뻗는다.

엘비스는 10대 소녀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았다. 진한 화장에 예쁘게 빗은 머리, 분홍색 슈트에 툭 걸친 기타까지 모두 그들의 취향을 고려한 것. 이는 적중했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하던 톰 파커(톰 행크스 분)는 이러한 엘비스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두 사람은 더 큰 무대로 날아오른다.

그야말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보수적인 백인 관료들은 엘비스의 춤을 저속하다며 손가락질한다. 결국 엘비스의 무대를 재단한다. 골반과 다리를 흔드는 춤을 금지하고, 무대의상까지 단정한 턱시도 착용을 지시한다. 엘비스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그들의 요구에 군말 없이 따르려는 톰 파커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엘비스는 그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무대에 올라 더욱 강렬하게 골반을 흔든다. 이에 격분한 경찰은 그를 연행하고, 그는 모범적인 미국 청년의 이미지를 위해 입대한다.

톰 파커는 그의 이미지는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사랑을 계산하지 못했다. 엘비스는 군대에서 장교의 딸 프리실라와 사랑에 빠진다. 이해심 많고 긍정적인 프리실라는 실의에 빠진 그를 위로하면서 희망을 심어준다. 자신을 알아주는 프리실라에게 엘비스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약속한다. 두 사람은 가정을 꾸리고 사랑스러운 딸을 얻는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제대 후 다시 무대에 오른다. 다시 돈 냄새를 맡은 톰 파커는 은밀히 계약서에 서명하고, 본격적으로 그를 착취한다. 엘비스는 호텔 스위트룸에 갇힌 신세가 되고,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빠진다. 투어에 내내 함께하던 프리실라는 무대 위 엘비스를 지켜보며 팬들의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의문의 주사기에 의존한 채 공연을 이어가던 엘비스는 타락의 늪에 빠진다. 이성을 잃고 실의에 빠진 그의 모습에 실망한 프리실라는 끝내 떠난다.

몇 년 뒤, 프리실라는 건강을 염려하며 치료를 권한다. 그러나 엘비스는 "이제 곧 마흔살"이라며 자신을 채찍질하다 42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요절한다. 매니저 톰 파커는 엘비스가 팬들의 사랑에 중독됐다고 회상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기한 오스틴 버틀러는 왜 '할리우드 최고의 핫 가이'라 불리는지 납득시킨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오스틴은 매력적인 엘비스를 펼치며 이를 보란 듯 날려버린다.

오스틴이 연기한 엘비스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강렬하고 유혹적이다. 숱한 노력으로 노래와 춤을 훌륭히 소화했고, 극 후반 쉽지 않은 내면 연기까지 손색 없이 해낸다. 텅 빈 눈빛으로 자신만 바라보는 사람들을 응시하는 장면에서는 무한한 가능성까지 내비친다. 음색, 손짓, 눈빛 등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깊이 표현한 연기가 백미다.

톰 행크스의 캐릭터 분석은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엘비스를 착취하는 사기꾼 매니저이자 이 시대 쇼비즈니스 업계를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야무지게 해낸다. 할리우드 거목과 신예 배우의 호흡도 볼거리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59분인데, 정교한 화면 구성과 화려한 무빙, 빠른 편집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다. 때론 만화처럼, 또 뮤지컬처럼 장르를 화려하게 오가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전기 영화를 마치 축제처럼 연출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1953년 데뷔 이래 1977년 사망하기까지 20여 년간 전성기를 누리며 대중음악 역사를 썼다. 이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영화는 너무 큰 친절을 베풀다 관객이 여운을 누릴 기회를 빼앗는다. 전기 영화의 공식처럼 그려지는 엔딩이 아쉽다. 15세 이상 관람가. 7월13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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