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극장에서 열리는 동시대 예술의 축제

장지영 2022. 6.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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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의 '싱크 넥스트 22'와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쿼드의 개관 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컨템포러리 시즌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 22’와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개관 페스티벌의 포스터.

블랙박스(Black box) 극장은 문자 그대로 검은색의 빈 상자처럼 생긴 극장을 가리킨다. 빈 공간에서 자유롭게 무대와 객석을 만들어 공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프로시니엄(Proscenium) 극장과 대조된다.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액자형 무대를 가진 프로시니엄 극장은 16~17세기 서구에서 실내 극장이 본격 등장하면서 확산됐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극장의 전형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대 이후 지어진 중대형 극장은 거의 예외 없이 프로시니엄 극장이다.

예술적 실험 가능한 블랙박스 극장 잇따라 등장

프로시니엄 극장은 무대 뒤 및 옆의 공간과 상하부에 각종 장치를 구비할 수 있어서 사실적인 재현에 유리하다. 그리고 관객들이 액자 틀을 통해 무대를 보도록 해서 시선의 분산을 막는 장점이 있다. 반면 무대와 객석이 완전히 분리되는 데다 관객이 한 방향으로만 봐야한다는 점에서 무대 위 세계에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블랙박스 극장은 20세기 전반 앙토냉 아르토, 아돌프 아피아 등으로 대표되는 아방가르드 연극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프로시니엄 극장의 전형적인 무대와 달리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것은 물론 세트 최소화로 제작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세계적인 연출가 피터 브룩과 예지 그로토프스키 등의 작업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블랙박스 극장은 이후 프로시니엄 극장의 대안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의 외관과 내부.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의 형식이 점점 다양화되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도 예술적 실험이 가능한 블랙박스 극장이 잇따라 등장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2018년 10월 개관한 S씨어터와 함께 올해 7월과 10월 각각 개관하는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와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가 대표적이다. 특히 S씨어터와 쿼드는 올여름 힙한 예술가들을 앞세워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제작극장 꿈꾸는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포러리 시즌

최대 300석 규모의 S씨어터에선 ‘싱크 넥스트 22’(Sync Next 22)가 지난 23일 개막해 9월 4일까지 연극, 무용, 국악, 뮤지컬, 사운드아트 등 12팀 아티스트들의 13개 작품을 선보인다. 싱크 넥스트는 지난 2월 동시대 공연예술을 선도하는 콘텐츠 제작극장으로 지향점을 밝힌 세종문화회관이 올해 새로 시작한 컨템포러리 시즌 프로그램이다. 소속단체 중심의 시즌 프로그램으로만 관객들에게 다가가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동시대 예술과 닿아 있는 예술가들로 관객을 유혹한다.

싱크 넥스트는 ‘맞춘다’는 뜻의 ‘Synchronize’와 ‘다음’을 의미하는 ‘Next’가 결합해 탄생한 단어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의 공간적 특성과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의 컨템포러리 아트를 결합해보자는 안호상 사장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싱크 넥스트는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6월 23~26일)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정식 개막은 두 번째 작품 ‘은미와 영규와 현진’(30일~7월 3일)으로 밝히고 있다. ‘은미와 영규와 현진’은 안은미가 ‘인디밴드의 전설’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백현진과 오랜만에 만나 자신의 상징적인 솔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즌 마지막도 안은미가 맡았다. 폐막작 ‘안은미의 섬섬섬’(9월 1~4일)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현대 무용가들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싱크 넥스트 22’의 개막작인 ‘은미와 영규와 현진’ 포스터.

이외에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무교육적 댄스’(7월 6~8일)와 ‘사우나 세미나’(7월 9일), 태싯그룹의 ‘ㅋㅋ프로젝트’(7월 15~16일), 이날치의 ‘토끼, 자라, 호랑이, 독수리, 용왕’(7월 20~23일),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의 ‘ㄱㅓㅁㅜㄴㄱㅗ’(7월 26~27일), 창창 프로젝트의 ‘소리의 만찬-창창 프로젝트’(7월 29~31일), 전윤환의 다큐멘터리 연극 ‘자연빵’(8월 4~7일), 미디어아트 그룹 김치앤칩스의 ‘콜렉티브 비해비어’(8월 12~14일),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원더보이’(8월 19~27일)’ 등이 시즌을 채우고 있다.

‘창작극의 본산’ 남산예술센터 잇는 쿼드

서울문화재단은 대학로극장 쿼드 개관 페스티벌을 7월 21일~8월 28일 연다. 음악·연극·전통·다원 등 11개 장르, 12개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지하에 조성된 쿼드는 옛 동숭아트센터의 동숭홀을 리모델링 했다. 쿼드는 숫자 4와 사각형(Quadrangle)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다양한 사각 형태의 공간을 의미한다.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 새로운 실험을 하는 가능성의 공간을 지향한다는 방향성도 담았다. 극장 전 구역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장애·비장애 관계없이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최대 258석 규모의 쿼드는 창작 초연 중심의 1차 제작·유통극장으로 운영된다. 지난 2020년 서울 문화재단이 운영을 중단한 ‘실험적인 창작연극의 본산’ 남산예술센터를 잇는 공연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쿼드는 2023년 정식 운영에 앞서 올해는 프리-오픈 시즌(Pre-Open Season)으로 운영한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의 외관과 대학로극장 쿼드의 모습. 서울문화재단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가·관객과 함께, 새로운 극장의 가능성을 열다’로 콘셉트를 잡은 개관 페스티벌은 6주 동안 장르를 나눠 공연한다. 1주 차(클래식&재즈)는 몰토 콰르텟의 ‘JUST BACH’(7월 21일),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Classic in QUAD’(7월 22일), 재즈 보컬리스트 MOON(혜원) 의 ‘A Dream in the Summer Night’(7월 23일)으로 구성됐다.

이어 2주 차(연극)는 극단 풍경의 ‘OiL’(7월 29~31일)을 내세웠으며 3주 차(무용)는 99아트컴퍼니의 ‘제ver.2 타오르는 삶’(8월 4일), 프로젝트 클라우드나인의 ‘COMBINATION’(8월 5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생 날 몸뚱아리’(8월 6일)를 준비했다. 그리고 4주 차(전통&월드뮤직)는 사회적 협동조합 놀터 Silkroad Music Friends의 ‘전통한류-바람불다’(8월 11일), 해파리의 ‘Born by Gorgeousness’(8월 12일), 신노이의 ‘新심방곡’(8월 13일)이 대기중이다. 5주 차(탈춤 극)는 천하제일탈공작소의 ‘풍편에 넌즞 들은 아가멤논’(8월 19~21일)과 6주 차(다원예술 ) 권병준의 ‘싸구려 인조인간의 노랫말 2’(8월 26~28일)도 기대를 모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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