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좋아한다는 것

2022. 6. 2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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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잘하는 것이 없었다.

첫째가 시인이 되는 것.

둘째가 예쁜 여자와 결혼하는 것.

그리고 고향이 충남 서천인데 공주 사람으로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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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어려서부터 잘하는 것이 없었다. 학교 공부 가운데서도 특출하게 잘하는 과목이 없었다. 오히려 자연과학 계통의 과목이 뒤졌고 특히 예능 과목은 많이 모자랐다. 도대체가 재능이란 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다만 깜냥껏 노력하고 애쓰는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어렵사리 초등학교 선생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평생을 교직에서 버티면서 정년 퇴임 때까지 근무했고, 또 26세 때는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해 오늘날 50년 넘게 시를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동안 나는 소원이 세 가지였는데 그 소원을 모두 이루었노라고 자주 말하면서 살았다. 첫째가 시인이 되는 것. 둘째가 예쁜 여자와 결혼하는 것. 그리고 고향이 충남 서천인데 공주 사람으로 사는 것. 그러나 아직도 진행형인 소원이 있다. 그것은 시인이 되는 소원이다.

시인도 시인 나름이다. 한동안 시를 썼다고 해서 시인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시인은 현재형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제도 시를 썼고 오늘도 시를 쓰고 있고 내일도 시를 쓸 사람만이 시인이다. 아니다. 그의 생명이 끝나 더는 시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비로소 시인은 완성된다. 16세 때 시를 쓰는 사람이 되겠노라 스스로 결심한 이래 하루도 그 결심을 바꾸거나 후회한 적이 없다. 하루도 시를 생각하지 않고 시를 읽지 않고 넘긴 날이 없다. 그렇게 60년 넘게 이어온, 지루하다면 지루하고 가늘다면 가늘게 이어온 인생이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오늘에 이르도록 이끌었는가? 처음부터 나에게 시인으로서의 가능성이나 시적인 재능이 있었을까? 아니다. 다만 나에게는 시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을 뿐이고, 시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시를 잘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뿐이다.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것이야말로 원초적인 끌림이요 생명의 원동력이다. 성공의 씨앗이며 기쁨과 행복의 지름길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기실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측면이 있다. 잘하는 일은 밖으로 나타나는 일로 타인의 시선과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자존심을 높여준다고 본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안에서 작용하는 일로 자신의 눈길과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일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데 공헌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듣는다. 내가 보기엔 그들이 오직 잘하는 삶을 살려고 애써서 그러지 않나 싶다. 잘하는 삶은 더욱 잘하는 삶을 요구하고 조금만 부족해도 그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피로감을 주고, 끝내는 불행감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에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삶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고 비록 부족하고 실패한 일이 있더라도 다시금 시도하고 이어갈 여지를 남긴다. 바로 이것이다. 나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 내가 평가하는 나의 삶. 외부 풍경이 아니라 내부 풍경. 그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결코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어 있다. 일종의 몰입이다. 그러다 보면 만족하게 될 것이고 나름대로 성과가 있을 것이고 기쁜 마음이 생기면서 행복한 마음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것을 끝까지 해보라. 그러다 보면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고 만족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끝내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야 말 것이다.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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