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출근길 도어스테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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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관련 외신을 볼 때 눈에 띄었던 것은 대통령이 전용 헬기 탑승 전후 취재진과 갖는 질의응답이었다.
백악관의 오랜 전통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특별한 형식이나 제한 없이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즉답을 내놓는 장면은 볼 때마다 신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전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주52시간제 유연화' 방침과 관련해 "보고를 받지 못한 것이 언론에 나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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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관련 외신을 볼 때 눈에 띄었던 것은 대통령이 전용 헬기 탑승 전후 취재진과 갖는 질의응답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악동’으로 불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백악관 헬기장에서 취재진과 자유롭게 문답을 주고받았다. 백악관의 오랜 전통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특별한 형식이나 제한 없이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즉답을 내놓는 장면은 볼 때마다 신선했다.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취재진 접촉이 엄격히 제한되는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질적 장면이 대한민국 용산에서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이후 아침마다 국정 현안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즉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출근하지 않거나 오전에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이 아니면 거의 매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이 이뤄졌다.
혼란과 비판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전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주52시간제 유연화’ 방침과 관련해 “보고를 받지 못한 것이 언론에 나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이 이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대통령실이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혼선은 종일 이어졌다.
앞서 지난 9일에도 엇박자가 발생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분간은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윤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필요하면 또 (기용)해야죠”라고 답해 논란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도어스테핑 ‘즉문윤(尹)설’이 날마다 무책임의 끝을 갱신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계속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출근길 취재진과 갖는 질의응답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한동안 시행착오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이다. 이를 계기로 한 야권의 비판도 점차 거세질 것이다. 사안에 따라선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실수와 논란, 비판이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윤 대통령에게도 결단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왜 아침마다 수십개의 예상 질문을 놓고 답변을 고민해야 하는지, 자신의 솔직한 의견 표명에 대한 비판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임기 내내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이어갔으면 한다. 어떤 실수가 벌어진다 해도 국민이 대통령의 목소리와 생각을 생생하게 듣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국민이 현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본인도 아침마다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취재진의 질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어스테핑에서 쏟아질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면서 한 번 더 국정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해졌다. 대개는 말을 해서 얻는 것보다 말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과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점점 국민의 일반적 생각과 멀어졌다. 기왕 역대 대통령이 시도하지 않았던 ‘데일리 도어스테핑’을 시작했다면, 어떤 비판이 쏟아져도 임기 마지막 날까지 계속해 새 역사를 썼으면 한다.
최승욱 정치부 차장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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