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의 묵상 일침] 선교적 거룩함

입력 2022. 6. 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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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을 향해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돼라'고 하셨다.

그러나 여전히 초대교회는 선교의 경계를 쉽게 극복하지는 못했다.

지리적으로는 선교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인종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확장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는 이러한 구별을 '선교적 거룩함'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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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을 향해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돼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사도들은 자신들의 경계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스데반이 순교를 당하고 유대교에 의한 핍박이 가중되자 교회는 사방으로 쫓기고 도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선교의 지경이 예루살렘을 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초대교회는 선교의 경계를 쉽게 극복하지는 못했다. 지리적으로는 선교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인종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확장을 이루지 못했다. 제자들은 여전히 유대인에게만 복음을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무명의 몇 사람이 안디옥에 이르러 헬라인에게도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고 많은 헬라인이 주님께로 돌아오는 일이 생겨났다. 그렇게 안디옥에 처음으로 이방인들의 교회가 세워진다. 이방인을 향해 자발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이들은 무명 성도들이었다. 이는 사도나 교회 지도자들이 계획해서 실행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복음은 문화의 장벽과 혈통의 장벽을 넘게 됐다. 그렇게 교회는 선교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편안한 곳에 머물게 돼 있다. 초대교회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님은 교회가 새로운 지역과 사람들에게 나아가도록 이끄신다. 우리도 타성에 젖어 있는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오늘날 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장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는 새로운 부르심에 응답해야 한다. ‘늘 하던 대로’의 방식과 안주함을 넘어 새로운 현장과 사역을 찾아 떠나는 새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디옥에 믿는 헬라인이 늘어나자 예루살렘교회는 그곳에 바나바를 파송해 목양 사역을 감당하도록 했다. 안디옥의 제자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이는 교회 밖의 사람들이 붙인 별명이다. 안디옥의 성도들은 그리스도인, 곧 ‘그리스도를 추종하는 사람들’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외부로부터 갖게 된 것이다. 마치 한국교회 역사 초기에 신자들이 ‘예수쟁이’라고 비꼬듯 불린 것과 유사하다.

왜 안디옥 사람들은 제자들에게 이러한 별명을 붙여주었을까. 그들이 세상과 구별된 삶의 방식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디옥 사람들 눈에는 그리스도인의 독특한 삶이 좋게 보인 점도, 그렇지 않은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확연한 차이가 날 만큼 세상과 구별돼 있었다는 것이다.

신약학자 래리 허타도는 이러한 초대교회의 특징적인 삶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여러 인종과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가 됨’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돌봄’ ‘원수를 갚지 않고 용서함’ ‘당시 만연했던 유아 살해를 강력히 반대함’ ‘문란한 성 윤리를 근본적으로 바꿈’. 팀 켈러 목사는 ‘탈기독교 시대 전도’라는 책에서 이 특징들을 언급하면서 세상과 구별되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통해 세상의 통념을 바꾸는 교회야말로 매력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팀 켈러의 말대로 교회는 구별된 삶을 통해 세상에 복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교회가 세상과 다르지 않다면 세상은 교회가 아무리 손을 내밀고 복음을 외친다 해도 시큰둥하고 말 것이다. 안디옥교회는 구별된 삶을 통해 세상에 그리스도와 복음을 드러냈다. 우리는 이러한 구별을 ‘선교적 거룩함’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세상과 선을 긋고, 우리만의 리그에 안주하기 위한 거룩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구별된 삶을 말한다. 복음의 진리를 따라 세상과 다른 삶을 살아내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세상에 복음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거룩한 교회들이 일어나길 소원한다.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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