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통령 부속실 논란 언제까지..
지난 5월 11일 미국 부통령의 남편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며 백악관 측과 주고받은 e메일 및 메시지는 100통이 넘었다. 주말과 새벽을 포함해 이뤄진 실시간 소통 시스템의 스피드와 효율성이 놀라웠다. 담당 스태프 7~8명이 기자의 신변 정보를 꼼꼼히 검토하고, 과거 기사를 영어로 번역·리뷰했으며, 쓰고자 하는 기사의 취지를 살핀 뒤에야 OK 사인이 났다. 인터뷰 확정 뒤에도 실무 스태프들이 그날의 동선 등을 기민하게 점검했다.
이들이 ‘SG’라고 칭한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가 서울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맛보고, 청계천 광장을 걸으며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모든 순간, 실무진은 매의 눈으로 현장을 훑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백악관과 국무부 간 팀워크는 프로페셔널리즘 자체였다. 이동하는 모터케이드 안에서 실무자에게 사무실에 관해 물었더니, 그는 “형식보다 SG가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우문현답이었다.
이 대답을,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여부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이들에게 그대로 보낸다. 한국이 지금 전대미문의 퍼스트레이디를 맞이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각자 정치 성향 및 성역할론에 따라 갑론을박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까. 부속실 문제로 다툴 시간에 퍼스트레이디를 국격에 맞도록 어떻게 디자인하고 보좌할지를 두고 머리를 맞대는 게 낫지 않나.
21세기에조차 ‘치맛바람’이라는 단어가 퍼스트레이디 관련 헤드라인에 등장하고, 선배 퍼스트레이디가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잘하셨다”는 말을 칭찬으로 하는 현실에 위화감을 느끼는 건, 기자가 22세기적이란 얘기일까. 남편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질 바이든 여사가 우크라이나에 나 홀로 순방을 가는 시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던 한 지인은 기자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퍼스트레이디) 브리지트의 도움이 필요한데 어디 있지?’였다”고 귀띔했다. 각국이 지도자의 배우자들을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는 지금,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외교 데뷔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민에 대한 의무는 뚜렷하다. 국격 상승과 국익 도모다. 퍼스트레이디로서 김건희 여사의 모든 행동은 이 명확한 원칙에 따라 정제된 적극성과 효율성으로 진행되면 된다. 미국의 SG, 엠호프 역시 변호사로 평생을 살았으나 전문 실무진의 보좌를 받으며 멋진 공공외교를 하는 것처럼. 소모적 형식 논란은 정권의 영혼을 좀먹을 뿐이다. 뭣이 중한지, 되새길 때다. 5년은 길지 않다.
전수진 투데이·피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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