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흰옷
영국에서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막 시작됐다.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이자 역사가 가장 오래된 윔블던은 규정이 엄격하기로도 유명하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모든 복장을 반드시 흰색으로 통일해야 한다. 헤어밴드부터 양말까지 예외가 없다. 윔블던 최다 우승자(8회)인 ‘터줏대감’ 로저 페더러도 2013년 밑창이 주황색인 운동화를 신었다가 규정 위반으로 지적돼 바꿔 신어야 했다. 윔블던 측은 복장에 과도한 상업광고가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흰옷에 대한 ‘집착’이라면 조선도 빼놓을 수 없다. 구한말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모두가 흰옷을 입고 다니는 것에 대해 ‘솜밭처럼 하얗다’며 흥미로워했다. 우리도 ‘백의민족’이라고 자칭하며 이 전통이 고대 부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기억은 다르다. 조선 유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흰옷을 즐겨 입는 풍습이 조선 중기 이후부터라고 적었다. 그에 따르면 이전엔 붉은색 옷을 많이 입었는데, 조선 13대 국왕 명종 때 국상을 여러 번 치르자 흰옷을 계속 입게 된 것이 하나의 풍습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송나라 사람들이 고려에 대해 “고려 사람들은 옷감에 붉은색 물을 잘 들였다”고 설명한 것도 소개했다. 이후 조선은 1906년 법령으로 흰옷 착용을 금지했지만, 사람들은 바뀌지 않았다.
처음엔 낯선 문화도 정착되면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외 마스크 착용이 완화됐는데도 좀처럼 벗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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