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유지태, 박해수, 전종서가 만든 세상

이경진 2022. 6. 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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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 박해수 그리고 전종서가 모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이라는 어떤 영역. 그곳에서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뜨겁게 뒤엉킨 세 사람.

유지태의 본능

Q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향한 기대감이 대단합니다. 원작 〈종이의 집〉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죠. 넷플릭스가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 제작에 나선 이유가 무엇이라 보나요

A : 대표작이니까요. 〈종이의 집〉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강점인 작품이에요. 우리는 케이퍼 무비 스타일에 익숙하지만 〈종이의 집〉은 캐릭터가 지닌 매력으로 흡인력을 발휘해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만의 승부수는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에서 오는 기시감을 어떻게 잘 이용하는가에 있다고 생각해요.

Q : 이 범죄 퍼즐의 흥미진진한 게임 방식, 흘러갈 방향에 관해선 이미 관람자가 잘 알고 있어요. 기시감을 이용하기 위한 작품 혹은 당신의 전략이 있다면

A : 원작에서 2개 시즌에 걸쳐 전개했던 내용을 단 12개의 에피소드로 압축했어요. 굵직한 사건 위주로 시원하게 볼 수 있죠. 설명을 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조금 더 정리된 플롯으로 포인트만 탁탁 던집니다. 빠른 전개에서 오는 쾌감이 있을 겁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빠른 전개에 빠져들어 보게 되리라는 저만의 해석을 해봤어요. 원작과 다른 방식으로 다이내믹하게 연출된 장면도 많습니다. 레이싱 드론으로 촬영한 추격 신이 있는데 굉장히 새롭게 느껴질 거예요.

박해수가 입은 코트는 Sankuanz by Adekuver. 전종서가 입은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Celine. 유지태가 입은 코트와 셔츠, 데님 팬츠는 모두 Raf Simons by G. Street 494 Homme.

Q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맡은 배역인 ‘교수’는 케이퍼 무비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지능캐’입니다. 원작 〈종이의 집〉에서 그는 체크메이트 상황에도 항상 탈출구를 마련하고, 강도단이 전적으로 따를 만한 리더십을 발휘하죠. 연기하면서 교수가 가진 어떤 면을 고민했나요

A : 제가 느낀 ‘교수’의 매력은 맑은 신념과 순수성이에요. ‘너드’ 같은 매력도 있는데, 제가 연기한 교수는 그보다 조금 더 엄격합니다. 12개의 에피소드로 이 캐릭터를 힘 있게 보여주려면 그런 면이 필요할 거라고 판단했어요. 섹시미를 조금 더 어필하는 교수였으면 했는데 그렇다고 원작을 거스르면 안 되니 욕심을 내려놓고 조금 더 평범하게, 신념 강한 교수로 설정했죠. 시즌 2개를 12개의 에피소드로 보여주려면 캐릭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고민 끝에 이 교수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Q : 공개된 티저를 보고 목소리가 독특하다고 느꼈어요. 평소 듣던 대사 톤과 많이 달랐고, 굉장히 공들인 목소리랄까. 현실감 있는 목소리와 거리가 있었고요

A : 교수는 상대와 상호작용하는 대사보다 지시를 내리는 설명적 대사가 많아요. 어려운 내용도 자주 등장하고요. 전달에 목적이 있는 대사이고, 목소리로 진중함과 신뢰감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이 애니메이션의 설명 대사를 섭렵하는 것이었습니다. 준비하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거기에 등장하는 내레이션 대사를 분석하면서 교수의 목소리를 만들었어요.

Q : 살바도르 달리 마스크 대신 하회탈을 씁니다. 배우로서 이 변화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A : 〈종이의 집〉에서 달리 마스크는 붉은 점프수트, 민중가요 등과 함께 저항 정신의 표현으로 쓰이죠. 그런 의미에서 하회탈 설정은 굉장히 효과적이고 탁월한 변화로 느껴졌어요.

Q : 달리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죠. “매일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는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내가 살바도르 달리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에.” 유지태는 어떤가요? 당신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주는 순간은

A : 요즘 아주 행복합니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촬영 중인 드라마가 두 편 있고, 영화도 준비 중이에요. 예전부터 꿈꿔오던 것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거든요.

Q : 2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웹툰으로 개발 중인 콘텐츠가 있다고 밝힌 적 있습니다. 웹툰 프로젝트 역시 진행 중인지

A : 맞아요. 웹툰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고, 꽤 괜찮은 작가가 합류해 6월 중 1화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우물을 파기 시작할 때 필요한 일정량의 물을 ‘마중물’이라 하잖아요. 드라마든 영화든 무엇으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마중물’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Q : 지난 인터뷰를 되짚어보면 결국 당신이 하겠다고 말하거나 마음먹은 일은 몇 해에 걸쳐서라도 이뤄내는 것 같습니다. 결심한 일의 끈을 놓지 않는 비결은

A : 제가 좀 고지식해요. 말한 건 꼭 지켜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뭐든 대충하지 못하고요. 영화 〈스플릿〉 때는 볼링으로 프로 데뷔를 할 뻔했어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출연으로 테너 훈련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이제는 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작품 활동하는 차상위 계층을 지원하는 재단이요. 내가 가장 잘 알고, 내 피부에 가장 와닿는 일이죠. ‘최고은법’이라는 예술인 복지법이 있습니다. 예술인들의 직업적 권리를 보호하고, 복지 지원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인데 사실상 기능을 못하고 있어요. 굳이 재단을 만들려는 이유는 혼자 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에요.

재킷은 Ann Demeulemeester by Boontheshop. 이너웨어로 입은 톱은 Cool T.M by Mue. 팬츠는 Valentino. 슈즈와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들꽃영화상, 서울아트시네마 등을 지원하며 영화계의 저변 확대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꾸준히 맡아왔습니다. 주변을 신경 쓰고 보살피기 시작한 계기가 있는지

A : 아시다시피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 중에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지중현 무술감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죠. 저와는 〈황진이〉, 〈올드보이〉를 같이 작업한 분이에요. 그런데 ‘스턴트맨’이라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더라고요. 지난한 과정을 거쳐 보험금은 받을 수 있었지만 그 일이 큰 충격으로 왔어요. 당시 그의 경력이 10년 정도였어요. 10년 이상 인생을 바쳐 헌신한 사람을 책임질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이 ‘현타’였죠. 빈 곳을 밝히기 위해 우리가 움직이면 미디어가 움직입니다. 이런 나비효과를 통해 세상의 어떤 면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Q : 한편 2016년 최국희 감독의 영화 〈스플릿〉에 출연할 당시, 감독에 관한 정보가 별로 없었지만 그의 패기와 박력, 진정성을 봤다죠. 배우로서 중요하게 여겨온 관점은

A : 배우들에게도 감독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한국에 정말 좋은 배우가 많거든요.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요. 그러니 배우 각자의 능력치로 탑재돼야 할 것 중 하나가 어떤 연출가가 향후 1년 혹은 5년 뒤 어떤 작품세계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인가 알아보는 눈이라고 생각해요.

Q : 감독과 배우의 입장을 오가는 이야기가 이어지네요. 2003년부터 단편·장편영화를 연출하며 감독한 작품을 쌓아왔습니다. 감독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요

A : 지금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첫 마음으로 돌아온 상태예요.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적 있어요. 그때 한 작품의 시상자로도 섰습니다. 필름에 한 장면씩 스크래치 작업을 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이었죠. 할아버지 감독님의 작품이었는데, 누군가의 인정 없이 긴 시간 단편영화 작품을 쌓아왔더라고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그의 작품에 상을 주게 됐는데, 시상대에 오르던 할아버지 감독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I am happy’ 그 자체였죠. 만면이 순수한 행복으로 가득 찬 얼굴을 보고 굉장한 감화를 얻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구나. 그걸 깨달은 순간, 제 행복 역시 그 할아버지처럼 사는 게 됐죠.

Q : 배우, 영화감독, 연극 제작자, 사회복지사 등 어느 하나에 머물지 않고 본능과 진심을 따라 자신의 외연을 확장해 오는 과정에서 터득한 것이 있다면

A : 어떤 일도 온전히 제 힘으로 한 건 없어요. 타이밍, 응원과 기도, 도움을 준 분들 덕분이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놓고 본다면 제게 기회를 준 넷플릭스, 수많은 배우 중 제게 섹시한 컨셉트의 화보를 제안해 준 〈엘르〉 덕분에 제가 확장될 수 있는 거죠.

Q : 섹시미! 당신에게 중요한 부분 중 하나죠. 70세까지 섹시한 배우로 남고 싶다고 했잖아요. 지속 가능한 섹시미의 요건으로 무엇을 꼽고 싶은가요

A : 일단 외모도 섹시해야 해요. 동시에 가치관 역시 섹시해야 하죠. 통용되는 사고방식을 넘어서는 가치관과 철학이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또 타인에게 공감할 줄 알면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섹시하다고 느껴요.

Q : 최근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어요. 생활 밀착형 콘텐츠를 스스로 기획하고 직접 출연하는 일은 처음인데 어떤 재미를 느끼고 있나요

A : 저는 좀 어설픈 데가 많은 사람이에요. 유튜브를 통해 그런 면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 일하면서 나비효과를 통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경험을 해봤어요. 그런데 지나고 나면 사진 한 장 외에는 남는 게 없더라고요. 그런 일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요. 일종의 다큐멘터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꾸준히 할 거예요. 훗날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뭘 하고 싶어 했는지, 어떤 열정을 갖고 살았는지 그런 가치들을 물려줄 수 있길 바라요.

Q : 두 아이가 이제 네 살, 아홉 살이죠. 아빠로서 미션은

A : 아이들이 자기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또 세상을 살아가며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꼭 알려주고 싶어요.

전종서가 입은 재킷과 스커트, 이어링은 모두 Dior. 박해수가 입은 코트와 수트 세트업은 모두 Kimseoryong. 셔츠는 Dsquared2.

박해수의 속도감

Q : 요즘 ‘월간 박해수’라는 별명이 생겼더군요. 화보 장인으로 거듭났어요

A : 장인은 어느 정도 숙성돼야 하는데 저는 한참 더 익혀야 해요(웃음). 사진 찍히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카메라에 담긴 저도 모르는 모습이 가끔 새로울 때가 있어 재밌어요.

Q :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으로 인상적인 순간을 많이 겪은 배우 중 한 명이 아닐까요

A : 지난해 9월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놀라워요. 이 흐름 속에서 배우로서 시야도 넓어지고 생각도 정리됐고요. 콘텐츠의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미국이란 필드에서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요. 국내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참여한 배우로서 지속 중인 〈오징어 게임〉의 레이스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Q : 기세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이어갑니다. 국내 시리즈가 어느 때보다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상황인데,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길 기대했나요

A : 스페인 원작의 스토리와 소재, 구성이 워낙 임팩트가 강했고 뜨거운 반응을 얻었잖아요. 저 또한 한국 버전이 나올 거라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시즌 1·2를 즐겨 봤기에 우려가 없진 않았지만, 대본을 보며 원작의 잔상은 잊혔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만의 차이점을 명백히 알 수 있었어요. 이야기는 압축되고, 속도감이 생겼고, 인물들이 가진 전사로 인해 한국 버전만의 분명한 힘이 생겼거든요.

박해수가 입은 코트는 Sankuanz by Adekuver. 팬츠는 Ann Demeulemeester. 벨트는 Polo Ralph Lauren. 슈즈는 Bottega Veneta. 전종서가 입은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Celine. 보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지태가 입은 코트와 셔츠, 데님 팬츠는 모두 Raf Simons by G. Street 494 Homme.

Q : 원작의 베를린은 젠틀하고 다정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상대를 긴장시키는 인물입니다. 그간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섬세함이 요구되는 것 같은데, 당신이 그려낼 베를린은 어떤가요

A : 북한 수용소에서 탈출한 인물이라는 특성이 원작 캐릭터와 가장 큰 차이점이자 매력이 될 거예요. 픽션이지만 우리나라의 상황과 밀착된 배경 자체가 은유됐다고도 볼 수 있는 인물이라 더 처절한 면이 느껴지거든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젠틀해야 하는 법을 알고, 누군가를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몸소 배워서 아는 인물이기도 해요. 또 다른 베를린이 보일 겁니다.

Q : 당신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굉장히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직업을 가졌잖아요

A : 시기마다 달라지는데, 내 방어막을 여는 것이 첫 번째가 아닐까요. 그래서 요즘은 ‘빚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서로 빚지지 않고 미안할 것 없이 지내는 것보다 ‘이거 좀 해 주면 안 돼?’ ‘고민이 있는데 들어주면 안 돼?’라며 제 마음에 있는 빗장을 여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Q : 원작 베를린을 연기한 페드로 알론소에게 스페인 원작 속 가면을 선물받기도 했어요.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이었던 반면, 이 작품은 하회탈을 과감히 차용했습니다

A : 꽤 놀랐어요. 전통 하회탈이라는 직접적인 모티프보다 더 은유적인 표현이 가미될 줄 알았거든요. 가면은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소재이자 메시지예요. 양반 부유층에 대한 풍자이자 은유인 하회탈의 의미와 이 작품의 맥락이 일치해요. 하회탈의 제대로 된 상징을 모르는 글로벌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짜릿하게 다가갈 겁니다. 특히 혼자 쓰고 있을 때보다 여러 명이 함께 쓰고 있을 때 위압감이 깊어지죠. 웃는 모습 속에 숨기고 있는 것들이 섬뜩하기도, 한편으로는 친근하기도 해요. 페드로에게도 이미 하회탈이 전해졌을 거예요(웃음).

Q : 기대만큼 우려가 되는 리메이크이기도 합니다. 원작이 제작된 지 오래 지나지 않았고, 워낙 호평을 얻은 인기 시리즈이니까요. 혹 부담감이 들었다면 당신만의 어떤 방식으로 뚫고 나아가려 했나요

A : 사실 원작의 그늘보다 이 대본에서 묘사된 새로운 베를린을 해석하는 작업이 까다로웠어요. 지니고 있는 아픔도 큰 인물이고, 그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게 어려웠죠. 어떤 사람이 성공하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택하는 신념이나 가치관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요. 북한 수용소의 전사가 제게는 낯설면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극단적인 면도 있지만 지금 현실이 더 극단적이지 않나요. 그의 이야기를 거짓으로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제작진과 감독,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듣고 단번에 옅어졌습니다. ‘믿고 가도 상관없겠다.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면서요.

재킷과 드레스는 모두 Ami. 볼 캡은 Celine.

Q : 촬영하며 ‘믿고 가는 배우들’에게서 발견한 장점이 있을까요. 특히 학교 선배이자 회사 동료이기도 한 유지태와 오늘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인 전종서에게서요

A : 어릴 적부터 지태 선배의 ‘광팬’이었거든요. 그는 배우로서는 물론, 공연 연출도 직접 하고,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고, 연극 작품도 개발하는 등 뜨거운 창작 욕구를 지녔죠.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욕구도 아닐뿐더러 기꺼이 도전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종서가 가진 건 정말 많아요. 생각의 자유로움, 억압받지 않는 순수한 관점 같은 것들. 작품 해석이나 캐릭터에 대한 표현도 투명하고 깨끗해요.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태도나 방식이 전형적이지 않거든요.

Q : 〈사냥의 시간〉 〈오징어 게임〉에 이어 〈야차〉 모두 흥행 순위 상위권을 석권한 덕인지 ‘넷플릭스의 아들’ 혹은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현재 K콘텐츠의 영향력을 가장 가까이에서 실감할 배우가 아닐까 싶은데, 배우로서 일종의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느끼기도 하나요

A : 이제 아들은 아닌 것 같고, 그저 넷플릭스의 ‘아재’입니다(웃음). 사실 그렇게 깊이 고민하며 국내 작품에 어떤 디딤돌이나 통로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징어 게임〉 프로모션으로 해외 무대에 서면 사명감 비슷한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한국어 대사에 붙은 영어 자막을 기꺼이 볼 관객들이 생겼고, 관심을 몸으로 체감했으니까. 초반 미국 에이전시나 홍보 쪽 사람들에게서 예전에는 ‘아시아 배우’를 원했는데 지금은 ‘한국 배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필요로 하는 존재이자 일종의 ‘카테고리’가 된 거죠. 자부심을 느껴요. 하지만 이 시기에 플랫폼의 흐름을 타고 보니 뛰어난 창작자들이 경제적 논리에 굴복하지 않고 소재도 다양하게 꺼내고 영화시장의 파이를 넓히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옳을까 하는 고민은 생겼습니다.

Q : 지금 박해수라는 배우는 오프로드를 질주하는 하이브리드 카 같기도 합니다. 모험을 즐기는 편인가요

A : 국도는 아닌가요(웃음)?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택할 때 어릴 적 연출 선생님이 항상 얘기하던 부분이 반영되곤 해요. “안정적으로 가기보다 네가 하기 싫은 걸 해야 잘된다”는 말. 웬만큼 표현할 수 있는 걸 하지 말고 부담 될 것 같고, 무서운 것에 도전하라는 얘기가 아직도 선명해요.

Q : 대중적 인지도를 척도로 본다면 늦게 빛을 발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양자물리학〉으로 청룡영화상 최고령 신인남우상 수상자 타이틀을 최초로 얻은 것처럼요

A : 원래 빠른 속도보다 천천히 잔상처럼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지금도 되레 천천히 가보고 싶어요. 연극할 때도 매체에서 배우생활을 지속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고,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계획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어떤 관계성이나 순간순간 변화하는 선택지에서 고민하고 선택한 것뿐이죠

Q : SNS에 익숙해졌나요? 현재 260만을 넘었고, 팔로어가 더 늘어날 전망인데

A : 회사와 함께 운영하는 계정이라 “사진 좀 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을 때도 있는데, 요즘은 아기 사진밖에 보낼 게 없네요. 아직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지지 않은 걸로. 작품에서 보이는 것보다 심심한 사람이라 기발함이 부족해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이 꽤 중독성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초보라 검색만 하고 있지만요.

Q : 주변 반응에 관해 설렘과 부담이 계속 교차될 것 같기도 해요

A : 사실 저는 대본이 손에 들어오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 편이라 차라리 작품에 집중할 때 마음이 편해요. 내 손을 떠난 작품은 떠난 거니까. 하지만 반응을 계속 찾아보긴 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계속 ‘박해수’ ‘베를린 박해수’ ‘종이의 집 박해수’….

Q : 해외 흐름을 보면 특히 한국 영화에서 다루는 계층 격차에 대한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 같아요. 〈종이의 집〉 역시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A : 부익부 빈익빈 문제는 국제적 이슈죠. 작품적으로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라도 시대가 흐르며 점점 더 심각해지고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거든요. 콘텐츠로 다뤄야 할 일이고요. 그걸 어렵거나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 일은 아닌 것 같고, 은유든 풍자든 다른 방법으로 유쾌하게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하죠. 이 작품도 각자가 꿈꾸는 세상을 실현하는 이야기이고, 누구에게나 통쾌하고 짜릿하게 다가갈 겁니다.

Q : 〈오징어 게임〉 전 세계 공개 약 10분 전,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기도 했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이 공개될 땐 두 살이 되었네요. 영광의 순간을 함께하고 있는 아이가 훗날 아빠의 작품을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나요

A : 일단 청소년기를 넘으려면… 19년 정도 남았네요(웃음). 아빠가 이런 일을 하고 있을 때 네가 세상에 태어났다고 얘기하면 제 작품을 보면서 더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우리 아빠 열심히 살았구나’라면서요.

유지태가 입은 니트는 Raf Simons by G. Street 494 Homme. 박해수가 입은 니트와 네크리스는 모두 Dolce & Gabbana.

전종서의 뜨거움

Q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티저 예고편을 본 사람들은 “전종서가 또 한 건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버닝〉이나 〈콜〉 등 전작만큼 강렬해 보인다는 얘기겠죠

A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는 통일 직전 한반도 상황이 세계관으로 현지화됐고, 그 세계관을 품은 멤버가 도쿄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도쿄는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남한으로 이주한 캐릭터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드라마를 정주행하면 다른 캐릭터들이 더 강렬한 에너지로 다가갈 거예요. 기꺼이 일어날 법한 근미래의 그림이 굉장히 잘 표현됐고, 남북 상황은 긴장감을 주는 요소로, 화합의 의미로도 작용할 수 있죠. 그 양면적 상황이 배경 공간인 조폐국 안에 꽉 차 있거든요.

Q : 북한 사람의 얼굴로 변신한 당신의 모습이 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시리즈 장르도 처음이지만, 워낙 인기 있는 원작을 보유한 작품에 출연한 적도 처음이죠. 캐릭터에 접근하는 기존 방식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 도쿄는 왠지 사고 치고 문제를 만들어낼 것 같겠죠? 시청자는 원작에서 도쿄가 뿜어내는 특유의 자유분방한 매력과 분위기에 제 기존 이미지를 덧대 상상할 것 같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이랄까요. 스스로도 그런 모습을 예상하며 대본을 받았는데, 리메이크된 도쿄는 좀 더 차분하고, 의리 있고, 상황을 정리하려는 사람에 가까워요. 오히려 기대와 달리 정제되고 시크한 연기 톤을 유지하려 했죠. 꽤 얌전한 도쿄가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하나의 캐릭터보다 전체적인 하모니가 중요했어요.

수트 세트업과 셔츠는 모두 Dolce & Gabbana.

Q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첫 드라마 작품으로 선택한 기준 또한 전작들과 달리 자신만의 욕망이나 취향의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었다고요. 그래서 연기의 느낌도 다를 거라고 말했어요

A : 기준이란 건 늘 변하겠지만, 확실한 건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고, 대중도 저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행보로 가보자고 생각했어요. 드라마뿐 아니라 해보지 않던 광고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꽤 폐쇄적인 성향이라 스스로 타인에게 노출을 꺼리는 편인데, 이 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열릴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자주 보여드린 이미지보다 그간 해보지 않았던, 정돈되고 절제된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Q : 교수 역의 유지태, 베를린 역의 박해수뿐 아니라 김윤진, 박명훈, 김지훈 등 베테랑 동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현장이었죠. 그곳에서 어떤 자극을 느꼈나요

A : 거의 1년을 밤낮으로 붙어 있었고, 너나없이 다 친해졌어요. 집에는 잠만 자러 가고 세트에서 거의 함께 살았으니까요. 지난해는 작품세계와 현실세계 중 어떤 것이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과 관련된 기억으로 점철됐어요. 리우(이현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선배님인데, 긴장이나 불편함 없이 다 함께 재밌게 찍었어요.

Q : 특별히 오늘 함께한 유지태와 박해수에게서 하나씩 ‘강탈’해 오고 싶은 능력이 있다면

A : 데뷔 전부터 유지태 선배의 작품을 많이 봤어요. 특히 〈동감〉 〈봄날은 간다〉 등 ‘띵작’으로 불리는 로맨스영화들을 제 것처럼 소화했잖아요. 그 시절만의 감성을 품은 작품이 요즘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립고, 직접 연기해 보고 싶어서 ‘감성’과 ‘분위기’를 빼앗으면 어떨까요(웃음). 선배와는 만나는 장면마다 강렬했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박해수 선배와는 함께 있으면 장난도 많이 치고 정말 재밌어요. 연기할 땐 진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기본적으로 바다 같은 마음을 지녔어요. 두 분과는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Q : 데뷔 이후 연기한 모든 캐릭터의 개성이 분명합니다. 데뷔작 〈버닝〉의 미스터리한 방랑자 해미나 〈콜〉의 사이코패스 영숙처럼 보편성보다 특이한 인물이 많았고요. 보편적이지 않은 여성 캐릭터에 다가가는 전종서만의 방식이 있다면

A : 예쁜 사랑을 받는 어떤 여자랄지, 전형적인 캐릭터의 범주가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할 기회도 더러 있었지만 지금 제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뜨거움으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강했어요. 실제로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도 왜 다양하게 도전하지 않는지 궁금한 적도 있었고,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걸 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어떤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가 또 다른 면을 갖추면 좋겠다고 상상하거든요. 보는 사람이 눈을 찡그리더라도 결국 이건 재밌는 작품이라고 연기로 납득시키고 싶은 욕심으로 도전적인 작품을 선택해 온 것 같아요. 스스로도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고요. 물론 이런 감정을 떠나보내면 또 다른 방식으로 열망하는 세계가 열릴 거고, 열에 여덟이 평범하다 혹은 심심하다고 얘기하는 연기를 할 수도 있겠죠. 재미만 있다면 어딘가에 국한되지 않고 유영하듯 연기하고 싶어요.

Q : ‘센캐’라는 표현보다 그간 보여주지 않은 다양성을 품은 여성 캐릭터라고 비유하는 게 옳은 것 같군요. 어떤 시스템을 따르기 보단 서슴없이 자신의 욕망을 좇는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당신 또한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한 편인가요

A : 모두 그렇지 않나요.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면서 살 순 없잖아요. 저도 하고 싶은 걸 위해 하기 싫은 것을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감내하는 것들이 있죠. 하지만 결국에는 진짜 하기 싫으면 하지 않잖아요. 원하는 건 원한다고, 욕심나면 욕심난다고 솔직하게 표현해야 연기할 때 가장 나다울 수 있어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죠. 관객도, 카메라도 내가 거짓말을 하면 쳐다봐주지 않기 때문에 가장 솔직하고 제 욕망에 충실한 연기를 하려고 해요.

Q : 데뷔 이후 불씨가 꺼진 적 없어요. 데뷔작을 포함한 출연작 4개 중 3개가 칸과 베니스 등 해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두 번째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탔고요. 이례적이죠. 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을 텐데 늘 의연해 보입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A : 그냥 뭣도 모르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영화제나 수상도 무서웠어요. 드레스를 입은 것도 불편하고, 대중 앞에 나서는 것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죠. 한자리에 아름답게 차려입고 모여 앉은 업계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얘기해야 한다는 것도 겁이 났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쉬지 않고 나아가는 이유는 연기가 제일 재밌기 때문이에요. 그걸 계속하려면 불편한 일도 감수해야 하니까. 아직 의연하다기보다 의연해지고 싶은 쪽에 가까워요.

Q : 언제부터 연기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느꼈나요

A : 무엇이 재미있어서 연기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전에 누군가 해줬던 얘기가 답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느꼈던 바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남보다 탁월한 면이 있대요. 그 매개가 글과 노래, 연기가 될 수도 있는데 제게 그 방식은 연기예요. 연기는 제가 잘 아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느낌을 줘요. ‘난 잘해’라는 뜻은 아니고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을 한다’는 기분이 드는 게 연기밖에 없어요.

유지태가 입은 셔츠와 슈즈는 모두 Alexander McQueen by Mue. 팬츠는 Raf Simons by G. Street 494 Homme. 전종서가 입은 슬리브리스 톱과 드레스, 슈즈는 모두 Alexander McQueen.

Q : 당신에 대한 평들 중 인상적인 건 전작 〈연애 빠진 로맨스〉의 상대 배우 손석구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게 당신의 연기 비법이라고 말한 점이에요. “맹수처럼 힘을 비축했다가 적재적소에 쓴다”더군요

A : 오히려 손석구 오빠가 그런 편인데요(웃음). 둘 다 비슷해요. 느끼한 것보단 담백한 걸 좋아하고, 굳이 무언가를 과장해서 보여주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찍을 땐 찍고 쉴 땐 확실히 쉬고요. 대본은 미리 달달 외워도 다 까먹고, 오히려 중요한 신은 상황을 무한정 열고 생각 없이 들어가요. 1부터 10까지 정렬하고 계산하면 오히려 연기가 잘되지 않더라고요. 배우들 각자의 방식이 있대요. 정답은 없죠.

Q : 만일 표현대로 맹수에 비유해 보면 당신이 힘을 비축하는 방법은

A : 잘 쉬고 잘 먹는 것. 요즘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의지대로 몸을 건강하게 바꾸고, 변화하는 몸을 관찰하는 일이 재밌어요. 건강한 음식을 몸에 줬을 때, 몸이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걸 느끼는 것도 좋아요. 또 하루에 적정 시간 동안 자지 않으면 일상이 잘 돌아가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저는 잠자기 위해 모든 걸 취소하기도 해요.

Q :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현실감이 묻은 전종서의 얼굴이 새로웠습니다. 로맨스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출연을 주저하기도 했다는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와 같은 캐릭터는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자유롭나요

A : 나름의 고집인 것 같아요. 연애 감정이란 사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영역이잖아요. 내면을 끄집어내고 내 민낯의 모습이 작품에 담긴다고 상상했을 때 거부감이 컸고, 로맨스 연기는 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는 그걸 비껴가는 시나리오라 가능했어요. 사랑 중인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인간의 다른 면면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하지만 최근 〈사랑의 불시착〉에 푹 빠져서 거의 울면서 봤네요.

Q : 배우로서 지금 한국 콘텐츠의 흐름을 어떻게 느끼나요

A : 한국 드라마가 갖는 힘은 K팝만큼이나 대단하다고 봐요. 우리만 만들어낼 수 있는 감성과 정서가 분명히 있고, 이는 글로벌 무대를 공감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요. 모든 배우와 감독, 제작자들, 동시대적 컨셉트가 모여 어떤 ‘폭발’을 만들어내는 상태이겠죠. 배우로서도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Q : 케이트 허드슨과 함께 출연하는 〈블러드 문〉은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또 다른 도전이죠. 우리는 전종서를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A :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찍게 된 작품이에요. 대단한 서사가 있다기보다 음악도 멋지고 ‘힙’한 인디영화에 가까워요. 다음주부터는 〈발레리나〉 촬영에 집중하려 합니다. 무자비한 복수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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