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바꿔가며 '1일 1싸움'..윤리위 앞두고 거칠어진 이준석

손국희 입력 2022. 6. 28. 17:31 수정 2022. 6. 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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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요즘 하루 한 번꼴로 당 의원들과 다툰다. “싸움터를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 같다”(당 초선의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 대표가 주변과 다투는 게 생소한 일은 아니지만, 최근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사를 앞두고 충돌 수위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윤리위 심사 전 의도적인 '1일 1싸움'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의원(왼쪽), 박대출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김성룡 기자


시작은 친윤계 정진석 의원과의 다툼이었다. 지난 6일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방문했을 때 정 의원이 공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선제공격을 날리자 이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조롱에 가까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배현진 의원과는 아예 공개 석상에서 충돌했다. 20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배 의원을 겨냥해 비공개회의 유출 문제를 제기하자, 배 의원이 “누구 핑계를 대느냐”고 발끈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놀란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마이크 전원을 끄고, 이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배 의원과의 감정싸움이 잦아들자 갈등의 불씨는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을 놓고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안철수 의원 쪽으로 옮겨붙었다. 이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간장(간철수+장제원) 한 사발”이라는 글을 올려 두 의원을 조롱했고, 안 의원은 “속이 타나 보다”라고 맞불을 놨다. 또 장 의원이 의원 모임인 미래혁신포럼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초청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이준석을 포위하겠다는 의도”(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라는 해석이 나오자, 이 대표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장 의원 포럼에 간 것은 지지해서가 아니라 지적하기 위해서인데 (교훈을) 못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싸움은 당 핵심인사들뿐 아니라 당 윤리위원장, 재선 의원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혁신위원 5명을 이 대표가 지명했다”는 김정재 의원의 주장에는 27일 “혁신위를 조직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저격 글을 올렸고,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과도 충돌했다. 이 대표가 윤리위의 방침에 잇따라 불만을 제기하자 이 위원장은 18일 “당 사무처의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로 윤리위 활동이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사실상 이 대표를 저격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이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을 선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이 대표를 두고 당내에선 “여의도 정치 문법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당 중진의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성 상납 의혹으로 인한 윤리위 심사를 앞두고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몸을 사리기는커녕 더 세게 나가는 모습이 통상적인 정치인의 대응과 다르다는 것이다. 당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갈등 조정자인 당 대표가 특정 의원을 대놓고 거론하며 SNS에 저격하는 모습도 생소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친윤 그룹과 갈등 전선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일부러 주변을 소란스럽게 해 이 대표의 본인을 중심으로 여론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전략일 수 있다”며 “특히 이 대표가 친윤계 의원의 실명을 여럿 거론하며 공개적인 대립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에 해당 의원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건드리면 손해라는 ‘싸움닭’ 이미지를 강조해 윤리위 전후로 불어닥칠 공세를 사전 차단하는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당 관계자는 “계파 등 기반이 없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SNS 저격이나 여론전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록 기자


이 대표 측은 일련의 갈등에 대해 “이 대표가 가만히 있는 이들을 먼저 공격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부당한 공격을 받으면 배로 돌려주는 방식이었을 뿐, 당내 갈등을 조장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정당방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내에는 “왜 유독 이 대표 주변에만 분란이 많은지 천천히 돌아봐야 한다”(당 3선 의원)는 의견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일정을 잡지 않고 두문불출했지만, 장 의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저격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29일 포항을 방문하는 등 향후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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