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바꿔가며 '1일 1싸움'..윤리위 앞두고 거칠어진 이준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요즘 하루 한 번꼴로 당 의원들과 다툰다. “싸움터를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 같다”(당 초선의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 대표가 주변과 다투는 게 생소한 일은 아니지만, 최근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사를 앞두고 충돌 수위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윤리위 심사 전 의도적인 '1일 1싸움'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시작은 친윤계 정진석 의원과의 다툼이었다. 지난 6일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방문했을 때 정 의원이 공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선제공격을 날리자 이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조롱에 가까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배현진 의원과는 아예 공개 석상에서 충돌했다. 20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배 의원을 겨냥해 비공개회의 유출 문제를 제기하자, 배 의원이 “누구 핑계를 대느냐”고 발끈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놀란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마이크 전원을 끄고, 이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배 의원과의 감정싸움이 잦아들자 갈등의 불씨는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을 놓고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안철수 의원 쪽으로 옮겨붙었다. 이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간장(간철수+장제원) 한 사발”이라는 글을 올려 두 의원을 조롱했고, 안 의원은 “속이 타나 보다”라고 맞불을 놨다. 또 장 의원이 의원 모임인 미래혁신포럼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초청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이준석을 포위하겠다는 의도”(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라는 해석이 나오자, 이 대표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장 의원 포럼에 간 것은 지지해서가 아니라 지적하기 위해서인데 (교훈을) 못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싸움은 당 핵심인사들뿐 아니라 당 윤리위원장, 재선 의원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혁신위원 5명을 이 대표가 지명했다”는 김정재 의원의 주장에는 27일 “혁신위를 조직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저격 글을 올렸고,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과도 충돌했다. 이 대표가 윤리위의 방침에 잇따라 불만을 제기하자 이 위원장은 18일 “당 사무처의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로 윤리위 활동이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사실상 이 대표를 저격했다.
이런 이 대표를 두고 당내에선 “여의도 정치 문법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당 중진의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성 상납 의혹으로 인한 윤리위 심사를 앞두고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몸을 사리기는커녕 더 세게 나가는 모습이 통상적인 정치인의 대응과 다르다는 것이다. 당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갈등 조정자인 당 대표가 특정 의원을 대놓고 거론하며 SNS에 저격하는 모습도 생소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친윤 그룹과 갈등 전선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일부러 주변을 소란스럽게 해 이 대표의 본인을 중심으로 여론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전략일 수 있다”며 “특히 이 대표가 친윤계 의원의 실명을 여럿 거론하며 공개적인 대립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에 해당 의원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건드리면 손해라는 ‘싸움닭’ 이미지를 강조해 윤리위 전후로 불어닥칠 공세를 사전 차단하는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당 관계자는 “계파 등 기반이 없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SNS 저격이나 여론전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일련의 갈등에 대해 “이 대표가 가만히 있는 이들을 먼저 공격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부당한 공격을 받으면 배로 돌려주는 방식이었을 뿐, 당내 갈등을 조장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정당방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내에는 “왜 유독 이 대표 주변에만 분란이 많은지 천천히 돌아봐야 한다”(당 3선 의원)는 의견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일정을 잡지 않고 두문불출했지만, 장 의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저격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29일 포항을 방문하는 등 향후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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