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바즈 루어만 감독 "오스틴, 엘비스와 영혼 맞닿아 있어"
화려한 무대에 가려진 고뇌와 외로움 그려
대중문화를 혁신한 로큰롤의 황제, 10대를 대중음악의 주요 소비층으로 만든 최초의 슈퍼스타. 미국 남부의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엘비스(오스틴 버틀러)는 흑인들이 모인 교회 부흥회에서 가스펠 음악을 처음으로 접한다. 음악이 어떻게 사람들을 위로하는지, 어떻게 흥분시키는지 목격한 그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흑인 음악을 하는 백인’ ‘골반을 흔들며 노래하는 퇴폐적인 반항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그를 톰 파커(톰 행크스) 대령은 눈여겨본다. 엘비스에게 열광하는 소녀들의 눈에서 그는 돈을 읽는다. 매니저가 된 파커의 마케팅으로 엘비스는 톱스타가 되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과 행동은 인종분리정책을 추구하는 사회와 충돌을 일으킨다.
반듯한 미국 청년으로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파커는 엘비스를 입대시키고,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 어머니의 죽음, 존경하던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사건으로 엘비스는 방황한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우울과 외로움, 불안과 싸우던 엘비스는 파커의 정체를 의심하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파커는 월드 투어 공연을 하고 싶어하는 엘비스를 라스베이거스에 묶어두고 공연 수익으로 자신의 도박빚을 갚는다. 그는 엘비스를 평생 완벽하게 이용하고, 결국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비스’가 다음달 13일 개봉한다. 파커의 시선과 독백으로 영화 스토리는 전개되지만 인간 엘비스의 혼란과 고독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생전 엘비스의 무대를 재현한 화면들과 ‘서스피셔스 마인드’ ‘하운드독’ ‘언체인드 멜로디’ 등 지금까지도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 만화 기법을 도입한 연출이 눈에 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엘비스’는 ‘로미오와 줄리엣’(1996), ‘물랑 루즈’(2001), ‘위대한 개츠비’(2013) 등을 연출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 안무가 폴리 베넷이 참여했다. 할리우드 신예 오스틴 버틀러는 로큰롤 황제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그 이면의 괴로움을 잘 표현해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시사회 이튿날인 28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화상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루어만 감독은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1950~70년대 미국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러기 위해선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엘비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작품을 구상한 계기를 밝혔다. 주연 배우 오스틴에 대해선 “엘비스의 영혼과 맞닿아 있다”고 극찬했다.
이어 루어만 감독은 “아티스트인 엘비스와 사상 최초의 아이돌을 만들어낸 매니저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매니지먼트가 비즈니스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면 아티스트가 본인의 영혼을 통제하지 못하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국의 음악산업 관계자들과도 친분이 있는데, 매니지먼트가 아티스트의 운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엘비스 역을 거머쥔 할리우드 신예 오스틴 버틀러는 “루어만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는 수식을 들었을 때부터 역할을 준비했다. 매일 보컬 연습을 하고 실제 엘비스의 목소리 톤을 닮아가기 위해 1년 반 가량을 훈련했다”면서 “인생에서 이런 연기를 하는 기회를 얻어 영광스럽고, 지난 2년은 엘비스가 내게 준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쇼비즈니스산업의 종사자로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유명세에 따르는 부차적인 요소들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 가치관이 뒤틀릴 수 있다”며 “어떻게 중심을 잡고 내 본질을 기억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작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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