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앞두고 불붙은 동아시안컵, 한·중·일 모두 '최정예' 고민
다음달 개막하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주목 받고 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국내파 최정예 멤버 가동을 준비하면서 일본과 중국도 부랴부랴 대표팀 구성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28일 “대한축구협회가 E-1 챔피언십에 나설 국내파 축구대표팀을 구성하며 K리거 중심으로 최상의 라인업을 갖추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일본에겐 다음달 27일 열리는 한일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년 주기로 열리는 동아시안컵은 당초 올해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개최를 포기해 일본에서 치른다. 다음달 19~27일 일본 도요타에서 한·중·일·홍콩 4개국(남자부 기준)이 경쟁한다. 대회 기간이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가 아니어서 해외파 소집은 불가하지만, 정식 A매치로 인정받는다.
한국이 ‘최정예 K리거’로 구성할 축구대표팀에서 일본이 주목한 키 플레이어는 이승우(수원FC)다. 11년 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올 시즌 K리그 무대를 노크한 이승우는 최근 4경기 연속골을 포함해 18경기에서 8골(2도움)을 몰아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득점 4위(8골), 공격 포인트 5위(10개), 탈압박 3위(13개), 드리블 4위(16개), 키 패스 6위(21개) 등 공격 전 부문에서 K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난 21일 포항전에서는 상대 위험지역 내 왼쪽 사각지대에서 골대를 등진 채 화려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득점포를 터뜨려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다. FIFA가 푸스카스상(한해 전 세계 최고의 골에 수여하는 상) 후보로 거론할 만큼 인상적인 골 장면이었다.
일본이 이승우의 동아시안컵 출전 여부를 주목하는 이유는 자국 축구의 미래라 여기는 구보 다케후사(레알 마요르카)의 라이벌로 자주 거론한 인물이어서다. 도쿄스포츠는 “이승우는 한때 구보와 함께 아시아 축구를 이끌 재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서 “부진을 거쳐 올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동아시안컵에 K리그 최정예 멤버를 가동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과 중국도 전략을 수정했다. 당초 2024년 파리올림픽을 대비해 21세 이하(U-21) 축구대표팀을 내보낼 예정이던 일본도 ‘J리그 정예 멤버’로 선회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대표팀 감독은 “J리거 중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과정에 상대적으로 기여도가 적었던 선수들 위주로 선발해 대표팀의 인재 풀을 넓히겠다”고 공언했다.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23세 이하(U-23) 대표팀으로 나설 예정이던 중국도 새로운 계획 마련에 나섰다. 9월 개막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내년으로 미뤄지며 U-23팀을 당장 가동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알렉산다르 얀코비치(세르비아)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예정대로 동아시안컵 지휘봉을 잡지만, 선수단은 A대표팀으로 다시 꾸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시나스포츠는 “자국리그 선발팀 중심으로 1.5진급 엔트리를 구성하는 한국과 일본처럼 중국도 수퍼리그(중국 1부) 소속 선수들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현재 78위까지 밀려난 중국의 FIFA랭킹이 동아시안컵 이후 더 떨어진다면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에서 낮은 시드를 배정받아 불리한 대진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수퍼리그측과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얀코비치 감독은 최정예 A대표팀 구성을 바라지만, 동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수퍼리그측의 반응이 냉담하다. 특정 팀에서 여러 명의 선수를 차출할 경우 리그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안컵 대회 기간은 열흘 정도로 길지 않지만, 중국 방역 규정상 해외에 머물다 본토에 입국하는 사람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최소 3주 이상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동아시안컵에 선수를 내줄 경우 결과적으로 한 달 이상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수퍼리그 구단들이 선수 차출에 비협조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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