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 마지막 기록, 손글씨에 배어든 '눈물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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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처음으로 손 글씨를 쓴다. 컴퓨터 자판으로 써왔는데 이제 늙어서 더 이상 더블클릭도 힘들게 되면서 다시 옛날의 손 글씨로 돌아간다."
남기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눈물 한 방울'이 마지막 저서가 됐다.
고인은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렸다"고 책의 서문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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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40년 만에 처음으로 손 글씨를 쓴다. 컴퓨터 자판으로 써왔는데 이제 늙어서 더 이상 더블클릭도 힘들게 되면서 다시 옛날의 손 글씨로 돌아간다.”
‘시대의 지성’으로 빛나며 디지털 기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뤘던 이어령 박사지만, 그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2017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거부한 뒤 집필에 몰두했다. 선물 받은 두툼한 노트가 육필의 계기가 됐다. 다시 옛날의 손 글씨로 돌아가 “처음 글씨를 배우는 초딩 글씨”로 노트를 메웠다. 2019년 10월부터 영면 한 달 전인 지난 1월까지. 그렇게 저서 ‘눈물 한 방울’(김영사)이 탄생했다.

28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인의 부인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은 “(남편이) 더블클릭이 안 되고, (컴퓨터에서) 전자파가 느껴져 타이핑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육필로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좋은 점이 찹쌀떡 사라는 장사꾼의 목소리, 문풍지 소리 같은 옛날 기억이 돌아오더라. 또 인품도 달라져서는 선물을 받으면 꼭 친필 답장을 썼다. 감사를 표시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이 생긴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육필 원고의 장점은 그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있다. 그 사람의 건강 상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며 “지금도 글을 보면 다 보인다. 얼마나 아팠는지, 즐거웠는지. 글이 흐리면 많이 아프고 글이 정연하면 괜찮으셨나보다 하고...”라고 회상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눈물’이다. 고인은 눈물이 인간의 증명이라 했다. 짐승과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점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쳐 인간관계가 약화하는 요즘 절실한 것이 ‘관용의 눈물 한 방울’이라고 설명했다.
노트에 담긴 147편의 글 중 110편을 골라 책에 담았다. 눈물과 직접 연간한 글은 열두 편 정도. 편집자는 “초반에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린 계기가 나오고 이후 12편의 눈물과 관련한 글이 나온다”며 “전체 원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말의 핵심은 눈물”이라고 설명했다. 노트 내용은 고인의 요청에 따라 기록된 순서 그대로 책에 담았다. 직접 그린 그림도 수록됐다.
생의 마지막 기록을 전하면서 고인은 인간적인 두려움의 눈물도 흘렸다. 강 관장에 따르면 고인은 머지않아 못 걷게 될 것과 섬광증으로 정신이 망가질 것을 두려워하며 크게 눈물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끝내 놓지 않은 펜. 장남인 이승무 한국예술종합원 교수는 “아버지는 AI를 비롯한 생명자본주의 관련한 저술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크셨다. 또한 이전에 썼던 글을 많이 보셨다. ‘이건 잘못 썼는데’ ‘이건 고쳐야 하는데’하며 바로잡고 싶어 하셨다”고 전했다.
남기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눈물 한 방울’이 마지막 저서가 됐다. 고인은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렸다”고 책의 서문을 기록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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