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기 전까지 썼다.. 이어령이 남긴 노트 '눈물 한 방울' 출간

김남중 2022. 6. 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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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눈을 감기 전까지 글을 썼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그가 노트에 쓴 육필원고가 책으로 나왔다.

책을 출판한 김영사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아들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경무 백석대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유고집 '눈물 한 방울'의 원작 노트 공개 행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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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오른쪽)과 아들 이승무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쓴 노트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눈을 감기 전까지 글을 썼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그가 노트에 쓴 육필원고가 책으로 나왔다. ‘눈물 한 방울’이라는 제목의 이 유고집은 201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27개월간 노트에 쓴 단상 110편을 수록했다.

책을 출판한 김영사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아들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경무 백석대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유고집 ‘눈물 한 방울’의 원작 노트 공개 행사를 가졌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지난 1월 3일 연락을 주셔서 선생님을 뵈러 갔더니 침대에 누우신 상태에서 노트를 하나 보여주셨다”면서 “내가 사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원한다면 책으로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고 출간 과정을 설명했다. 고 대표는 이어 “책 제목은 미리 정하고 계셨다. 제목은 ‘눈물 한 방울’이라고 하셨고, 서문에 들어갈 내용도 천천히 구술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고인의 노트는 군청색 표지에 대학노트 크기로 두께가 2㎝ 정도 된다. 고인이 쓴 글 143편과 글 사이 사이 직접 그린 삽화들이 들어 있다. 이중 110편을 추려 책으로 묶었다. 고인의 육필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도 여러 장 수록했다.

강 관장은 “이 선생은 아주 일찍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셨기 때문에 육필원고가 많지 않다. 집에도 거의 육필원고가 없다”면서 “육필원고는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이 보인다. 책 속에 육필원고가 들어가 있다는 게 제일 감동이다. 책의 끝 부분으로 가면 아픔과 고통과 괴로움이 원고용지에서 스며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또 “책에 보면 왜 육필원고를 써야 했는가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컴퓨터를 켤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노트에 쓴 것이다”라며 “나중에는 핸드 라이팅도 못 하게 됐다. 그러면 누워서 녹음을 했다. 그러다가 성량도 줄어든다. 결국 녹음도 안 되는 시간이 왔다”고 전했다.

고인은 노트에 스케치도 여러 장 남겼다. 유고집에 고래, 나무, 산, 딸기, 참새, 박 등 평소 볼 수 없었던 고인의 그림이 그대로 실렸다. 강 관장은 그림에 대해서 “연세가 들어서 그림이 좀 어린애스러워졌다”며 “원래 이거보다 잘 그리신다. 연애할 때는 그림을 그려서 나한테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쓴 노트를 묶은 책 '눈물 한 방울'(김영사)이 28일 출간됐다. 연합뉴스

이 전 장관이 구술한 서문에 따르면, ‘눈물 한 방울’은 고인의 마지막 주제였다. 그는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며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고 썼다. 이어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면서 “우리는 피 흘린 혁명도 경험해봤고, 땀 흘려 경제도 부흥해봤다. 딱 하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바로 눈물, 즉 박애다”라고 덧붙였다.

책에는 눈물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이 10여 편 있다.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먼저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글도 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생각도 기록했다. 2020년 10월 17일 쓴 시에는 “‘아! 살고 싶다. 옛날처럼’ 외치다/ 눈물 한 방울/ 벌써 옛날이 되어버린 오늘 하루…”라는 대목이 나온다.

노트의 마지막 기록은 올 1월 23일 새벽이었다. “누구에게나 마지막 남은 말,/ 사랑이라든가 무슨 별 이름이든가/ 혹은 고향 이름이든가?/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나는 그 말을 모른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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